"IRA로 제동 걸린 韓전기차…다자 FTA 통해 공동대응 나서야"

입력 2022-10-05 18:07   수정 2022-10-06 02:12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를 계기로 일각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 무용론’도 나오지만 이럴 때일수록 해외 기업과 연대해 ‘FTA 정신’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합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지난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메가 FTA 활용 경제위기 극복전략 세미나’에서 이렇게 말했다. IRA는 멕시코, 캐나다를 포함해 북미 지역에서 조립한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전기차 공급망을 재편하고, 배터리 강국으로 떠오른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 매년 미국에 수출되는 한국산 전기차는 약 10만 대다. IRA 시행으로 한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수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법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
미국 의회에서 IRA가 통과되면서 일각에서는 ‘FTA 무용론’이 제기됐다. 보조금 차별 지급이 ‘한·미 제품, 기업 간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FTA 내국민 대우 조항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미·중 패권전쟁에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공급망 위기까지 심화하면서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한 결과물이 바로 IRA”라며 “완성차 산업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중국이 전기차 배터리 소재를 독점하고 있다는 특수성도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미국에서 만난 완성차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했을 때 중간선거가 끝난 뒤에도 법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IRA에) 반대하는 이유는 막대한 세금 때문이며, 기후 변화 대응 및 중국 견제가 필요하다는 데는 양당이 이견이 없다. 설령 중간선거 후에 나왔어도 법안은 통과됐을 것”이라는 존 보젤라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 회장의 말을 전했다.

정 부회장은 외국 완성차 업계와 연대해 대응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 투자한 외국 자동차 기업들과 연대해 해당 지역구 의원 등을 통해 한국이 FTA 체결국이며,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해야 한다”며 “미국에 완성차를 수출하는 유럽연합(EU)이나 일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때 동참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가 IRA 관련 고시 제정을 위해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칠 때 업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다자 FTA로 힘 합쳐 대응해야
이창우 FTA일자리센터장은 이럴 때일수록 ‘메가 FTA’를 활용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중 FTA를 무력화한 ‘사드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양자 FTA는 ‘힘의 논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반면 다자 FTA 체제에서는 이해 당사국이 많아지는 만큼 힘을 합쳐 대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센터장은 “이번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대상국이 포함됐다”며 “동맹·우방국끼리 공급망을 구축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이 가속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같은 다자 FTA 참여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 센터장은 “메가 FTA는 미국·중국·일본에 치우쳐 있는 수출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를 통해 한국의 수출 및 일자리 창출 전략을 완전히 다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제조업 수출을 위해서만 FTA를 활용할 것이 아니라 △서비스 △디지털 무역 △정부조달 시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미·중 패권전쟁에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맞물리면서 실물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며 “메가 FTA가 양자 FTA의 빈틈을 메워주고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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