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과 관련해 여야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청와대가 김 여사의 방문을 인도 측에 먼저 요청했다며 "셀프 초청"이라고 공세를 퍼부은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사실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은 5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11일 인도 방문이 인도 측 요청이 아닌 '셀프 초청'이었다며 문화체육관광부에 자체 감사를 요구했다.
앞서 김 여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11월 인도를 방문하고 유명 관광지인 타지마할 등을 찾은 바 있다. 이를 두고 당시 정치권에선 김 여사의 방문 목적, 소요 예산 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배 의원은 "청와대에서는 '인도 모디 총리가 간곡히 요청을 하는 공식 초청장을 보냄에 따라 (김 여사가) 초청됐다'고 해명했지만, 이후 논란이 되자 인도 측에서 (우리의) 고위 인사 참여를 희망함에 따라 성사가 됐다고 했다. 그런데 외교부를 통해 입장을 확인해보니 청와대가 당시 발표했던 내용과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는 문체부 장관의 방문 일정이었는데 영부인이 함께 가고 싶다는 뜻을 전해 그에 맞춰 인도가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에 예비비가 잘못 쓰인 정황이 의심된다고도 주장했다.
배 의원은 "기획재정부에 신청된 예비비를 보면 일정상 타지마할이 없다. 문체부 장관에게 보고된 일정 최종 보고서에도 타지마할 방문이 없다"며 "예비비 배정에 일정을 허위 보고해 예산을 배정 받았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전날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 여사의 인도 방문 논란이 화제였다. 국회 외통위 소속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영부인의 세계 일주 꿈을 이뤄준 '버킷리스트 외교'"라고 지적하며 "전용기 비용 2억 5000만 원을 포함해 김 여사 순방 관련 예산 4억 원이 사흘 만에 배정됐다. 최근 5년간 사흘 만에 예비비가 배정된 것은 30건밖에 안 되고 모두 코로나19와 긴급재해 예산"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대로 알고 질의를 하든지, 그렇게 질문을 하면 지금이 어느 정부인데 대답을 하나. 도대체 그렇게 비열하게 질문을 하나"라고 받아쳤다.
조정식 의원도 "인도 측에서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와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문 전 대통령을 초청한 건데, 문 전 대통령이 인도를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인도 측에서 다시 김 여사 초청을 제안해 온 것"이라며 "사실관계가 이렇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리고, 이를 정치적으로 왜곡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문 정부 시절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지낸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입을 열었다.
황 의원은 5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김정숙 여사님 인도 방문을 두고 여당의 사실 왜곡이 이어지고 있어 사실관계를 밝힌다"며 "2018년 7월 문재인 대통령 인도 순방에서 인도 모디 총리는 힌두교 최대 축제인 디왈리 축제와 인도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 행사를 양국이 함께 개최하자는 제안에서 출발해 그해 11월 문 대통령 인도 방문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문 대통령이 다른 일정으로 인도 방문이 어려워지자, 인도 측에선 김정숙 여사 초청을 제안해 왔고 초청장도 보내왔었다"며 "심지어 당시 인도 측에선 김 여사가 방문하면 정상급 의전에 준해 초청하겠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황 의원은 "실제 당시 김 여사는 당초 인도 측 제안대로 디왈리 축제와 허황후 기념공원 착공식에 참석했고, 인도 측 요청으로 모디 총리와 김 여사 간 양자 회담 형식을 갖춰 일정을 진행하기도 했다"면서 "인도 측에서 최초 도종환 문체부 장관 초청을 제안했는데 청와대가 김 여사 방문으로 재차 제안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인도 측에서 여사 초청을 제안했고 이에 우리 정부가 검토해 응한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인도 측으로부터 문체부 장관 초청장이 먼저 오고 김 여사 초청장이 나중에 오고 하는 문제는 우리 측 의사 결정에 따른 실무적 과정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동맹국 인도 측의 국가적 의미가 담긴 초청과 제안을 두고 개인 여행, 버킷 리스트 운운하는 건 자칫 인도 국민과 총리에 대한 모욕적 언사로 비칠 수 있다"며 "여당에 국제사회에서 또 다른 외교적 실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힌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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