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마스터로 부활한 산울림, 김창완 "45년 전 목소리 들으니…" [종합]

입력 2022-10-06 16:10   수정 2022-10-06 16:11


전설의 록밴드 산울림의 명곡이 새 생명을 얻었다.

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벨로주 망원에서 산울림 리마스터 프로젝트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현장에는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과 이번 프로젝트에서 디지털 변환 및 리마스터를 맡은 황병준 엔지니어가 참여했다.

1977년 '아니 벌써'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등장한 산울림은 김창완(보컬, 기타), 김창훈(보컬, 베이스), 김창익(드럼) 형제로 이루어진 록 밴드다.

20년 동안 정규 앨범 13장과 동요 앨범 4장 등 17장의 스튜디오 앨범을 발표한 이들은 '청춘', '너의 의미', '창문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찻잔', '가지 마오', '내게 사랑은 너무 써', '회상', '그대 떠나는 날 비가 오는가' 등 수없이 많은 곡들을 히트시켰다.

이번 리마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산울림의 전작 17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이 순차적으로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될 예정이다. 1·3집이 10월에, 2집이 11월에 발매된다.

새롭게 재발매되는 리마스터 앨범들은 모두 산울림의 리더 김창완이 간직하고 있던 릴 테이프로 작업했다. 오리지널 마스터 테이프를 디지털로 변환해 김창완의 감수 아래 섬세하게 리마스터 작업을 거친 후 미국에서 래커 커팅(래커 판에 마스터 음원을 소리골로 새기는 작업) 및 스탬퍼(LP 생산을 위한 원판) 작업이 이루어졌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최초의 그래미 수상자인 황병준 레코딩 엔지니어가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살려 뽑은 음원을 세계적인 마스터링 거장 버니 그런드만에게 넘기면, 그런드만이 래커 커팅 작업을 하고, 이후 오디오파일 전문 제작 회사 RTI의 스탬퍼 작업을 거쳐 일본의 토요 레코딩에서 최종적으로 LP 프레싱을 마치는 식이다.

작업에 참여한 황병준 레코딩 엔지니어는 원곡의 느낌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리마스터 앨범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초판과 다르면 무조건 욕을 먹는다. 팬들은 오리지널리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면서 김창완이 소장하고 있던 릴테이프로 작업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엔지니어는 "릴테이프가 그야말로 오리지널이다"면서 "나로서는 최대한 릴의 소리를 제대로 빼내는 것, 더하거나 빼지 않고 릴 테이프에 있는 그대로를 빼내는 게 최고의 목표였다. 일체의 음색을 바꾸거나 소리 크기를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리마스터링 프로젝트를 통해 산울림의 전작 17장과 김창완의 솔로 앨범 3장이 순차적으로 LP와 디지털 음원으로 재발매될 예정이다. 그중 1,3집이 10월에, 2집이 11월에 발매된다.

김창완은 "45년 전 내 목소리를 지금 듣는다는 게 슬프다. 세상에 사라지지 않는 것은 없다. 스러지지 않는 것이 있느냐. 별도 스러진다. 난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누누이 이런 인생철학을 밝혀왔다. 이제 와서 옛날 걸 끄집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어서 별로 내키지 않는 작업이었는데 하고 나니 '쥬라기 공원'이 따로 있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 '오로지 산울림 DNA가 있을지도 몰라'라면서 뒤적였던 릴테이프에 이런 게 있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과거의 자신과 다시 다시 마주한 김창완이 느낀 감정은 '반성'이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요즘 부르고 다니는 노래는 너무 겉멋이 들었다. 오리지널 테이프에 수록된 걸 들으면서 그때의 떨림, 불안 등이 다 느껴졌다"면서 "삼 형제가 모여서 조그마한 턴테이블 바늘에서 나오는 소리에 귀를 대고 듣던 게 너무 우렁차게 들리더라. 그게 다인 줄 알고 좋아했는데 이렇게 공룡처럼 되살아날지 몰랐다. 45년 전 나의 목소리가 지금의 나를 질책했다. '진짜 노래 좀 똑바로 하고 다녀라'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고 털어놨다.

현장에서 신곡 '노인의 벤치'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창완은 신곡에 대해 "'청춘'이나 '백일홍'이 청춘 시절에 나의 노년을 생각하면서 겁 없이 만든 노래라면, 이건 '누구나 저 사람은 노인이야'라고 생각할 곡이다. 청춘이었을 때의 연인을 다시 만나는 장면을 그린 노래다"고 소개했다.

행사 말미 그는 산울림의 음악과 팬들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밝혔다. 김창완은 "어린 소녀였는데 할머니가 된, 계속 함께해주는 팬들이 있다. 그분들이야말로 산울림 지킴이"라면서 "산울림의 음악은 형제의 손을 떠나서 이미 그런 생명력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아시다시피 막내(김창익)는 (세상을) 떠나서 산울림 음악이 단절된 지 10여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울림 팬클럽에는 젊은 분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다. 나름대로 산울림의 음악이 시대적 변화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산울림 이름의 공연은 앞으로도 없을 거라고 했다. 김창완은 "산울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공연하는 일은 없다. 산울림은 이번 앨범으로 부활했다고 할까"라면서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을 하면서 막내 생각이 너무 많이 나더라. 상업적인 모든 걸 떠나서 산울림을 지켜준 많은 분께 큰 선물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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