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강아지로 불린 반려견 ‘경태’와 ‘태희’의 치료비 명목으로 후원금을 받은 뒤 잠적한 택배기사 김 모 씨(34)와 그의 여자친구가 6개월의 도주 끝에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6일 기부금품법 위반·사기 혐의를 받는 김 씨와 여자친구 A씨를 지난 4일 오후 8시쯤 대구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후원금 모금 당시 아픈 것으로 전해진 김 씨의 반려견 ‘경태’와 ‘태희’도 이들의 주거지에서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발견됐다.
경태가 국민 강아지로 등극하게 된 것은 김 씨가 택배를 배송하는 동안 차량에 강아지 혼자 있는 사진이 공유한 일이 계기가 됐다. 일각에서는 '동물 학대'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김 씨가 지난 2013년 비 오는 여름날 유기견을 발견하고 경태라고 이름 붙여 키워왔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분위기가 반전됐다. 김 씨가 2018년 택배기사 일을 시작한 후 경태가 심각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자 택배 차량에 태워 일을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김 씨가 이런 사연을 인터넷에 올려 해명한 후 경태는 '택배견'으로 명성을 얻었고 SNS를 찾는 이들도 수십만에 달했다. 이후 태희라는 유기견을 또 입양해 택배견은 두 마리가 됐다. CJ대한통운 택배는 이들을 명예 택배기사로 임명하기도 했다.
김 씨는 지난 3월 돌연 ‘경태와 태희가 심장병에 걸렸는데 치료비가 없고, 누군가 차 사고를 내 택배 일도 할 수 없다’며 후원금을 요청하는 글을 올렸다.
이들의 거듭된 후원금 요청에 일부 네티즌들은 "동물병원 치료비가 비싸다고는 해도 너무 자주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진 가운데 김씨가 후원자들에게 개인적으로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보내 입금을 요구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1천만원이 넘는 금액을 대출까지 해서 빌려줬던 한 네티즌은 김씨가 약속한 날짜에 상환하지 않자 독촉했고 비슷한 사례가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결국 김씨가 후원금에 대한 영수증을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 반려견 치료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을 자주 요구한 점 등으로 인해 이른바 '후원금 먹튀' 의혹은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경찰은 김 씨와 A씨가 이렇게 횡령한 금액이 6억원가량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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