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시그니처홀’ 취재 장소로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GC가 잡히자 덜컥 겁부터 났다. 7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오버파 스코어’ 우승자가 나온 바로 그 골프장이어서다. 지난 8월 이곳에서 열린 KLPGA투어 메이저대회 한화클래식에 참가한 국내 최정상의 여자 골퍼 120명 모두 타수를 잃었다는 뜻이다. 당시 우승한 홍지원(22)의 스코어는 1오버파 289타였다. 이것도 홍지원이 압도적으로 잘 쳐서 나온 스코어였다. 박민지(24)는 5오버파를 적어내고도 준우승을 차지했다.
전장이 500m(화이트 티 기준)에 달하는 9번홀(파5)은 이런 제이드팰리스GC의 얼굴과 같은 홀이다. 어려워서가 아니라 멋있어서다. 그렇다고 쉽다는 얘기는 아니다. 올해 대회에선 여덟 번째로 쉬운 홀이었지만, 평균 타수는 5.21타였다. 프로들도 파를 잘 잡지 못했다는 얘기다.
벙커 앞 턱을 높게 해 마치 벙커와 골퍼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는 것처럼 만드는 노먼식(式) 설계의 정수인 ‘샌드 페이스드 벙커’도 만날 수 있다. 강민휘 제이드팰리스 파트장은 “제이드팰리스GC에서 괜찮은 점수를 내려면 노먼이 곳곳에 만들어 놓은 장치를 피하기 위한 코스 공략법부터 세워야 한다”고 했다.
티잉 에어리어에 서자 코스 공략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20m에 불과한 좁은 페어웨이에 공을 보내는 데만 집중하기로 했다. 당겨지거나 밀리면 깊은 러프에 빠지기 때문이다. 강 파트장은 “욕심 내지 말고 3온을 노리는 게 좋다”며 “러프 길이도 120㎜였던 대회 때의 절반으로 잘랐으니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다행히 티샷은 페어웨이를 잘 찾아갔지만, 살짝 당긴 두 번째 샷은 곧바로 왼쪽 러프로 향했다.
분명히 공이 떨어진 지점을 봤는데, 러프에선 찾을 길이 없었다. 두 달 전 대회 때 러프에 떨어진 선수들의 공을 찾기 위해 40여 명의 마셜이 동원됐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캐디를 포함한 동반인들이 4분 넘게 헤맨 끝에 공을 찾았다.
130m 지점에서 친 서드샷은 간신히 러프를 탈출했고, 네 번 만에 그린에 올린 뒤 3퍼트. 더블보기로 홀 아웃했다. 이날 그린 스피드는 3.1m(스팀프미터 기준)였다. 캐디는 “한화클래식 대회 기간에는 4.0m에 육박했다. 선수들도 3퍼트를 수시로 냈다”고 했다.
제이드팰리스GC를 어렵게 만든 요인 중 하나는 잔디다. 페어웨이에는 중지가 심어져 있지만, 러프에는 이른바 ‘귀신풀’로 불리는 패스큐 잔디를 심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프에 들어가면 채가 잘 안 빠진다. 그린은 벤트그래스다.
춘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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