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핵항모 빌미로 연일 무력시위…한반도 '강대강 대치' 격화

입력 2022-10-06 17:55   수정 2022-10-07 02:04

북한이 이틀 만에 다시 탄도미사일 두 발을 쐈다. 최근 12일 사이 여섯 번째 도발이다. 미국 항공모함의 동해 재출동에 북한이 다시 미사일 발사로 맞서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한국·미국과 북한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위해 한·미의 대응에 비례적으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항모 재출동에 반발
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6시1분에서 6시23분 사이 평양 삼석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두 발을 쐈다. 이번 미사일은 비행거리 350~800㎞, 고도 60~80㎞, 속도는 마하 5~6으로 탐지됐다. 비행 궤적상 첫 번째 미사일은 초대형 방사포(KN-25), 두 번째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

북한은 평양에서 미사일을 쏠 때 주로 순안비행장을 활용했다. 하지만 이번에 삼석 일대가 처음으로 발사 장소로 등장했다. 다종의 미사일을 새 장소에서 발사함으로써 유사시 미사일 섞어 쏘기를 시험하고, 요격망을 무력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이날 미사일 발사가 지난 4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도발 이후 다시 동해에 재출동한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겨냥한 것임을 숨기지 않았다. 북한 외무성은 이날 공보문에서 “우리는 미국이 조선반도(한반도) 수역에 항공모함 타격 집단을 다시 끌어들여 조선반도와 주변 지역의 정세 안정에 엄중한 위협을 조성하고 있는 데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다시 연합훈련을 예고한 것도 도발의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합참 관계자는 “한·미·일이 동해 공해상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 훈련을 했다”며 “표적 정보 공유를 통해 탐지·추적·요격 절차를 숙달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날 새벽 북한의 IRBM 발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브리핑을 개최한 데 대한 반발 성격도 있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유엔 안보리 상정을 규탄함으로써 작금의 한반도 정세 격화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전가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미 행동에 북한도 비례적 대응”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도발은 더욱 강력한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미 군 당국이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을 출동시켜 대응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리 정부가 강경 대응을 밝히면서 한·미와 북한은 당분간 ‘강 대 강’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 도발→한·미·일 군사협력 및 대응→북한 재도발 및 핵능력 고도화 등을 거쳐 한·미·일 대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8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미국의 적대시 정책과 군사적 공갈이 가중될수록 그를 억제하기 위한 우리의 힘도 정비례해 계속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군사협력에 맞춰 북한이 비례적으로 대응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이 같은 대응 방식은 핵무기 고도화 명분을 한·미의 행동으로부터 찾으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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