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뒤 웃은 곳은 삼성전자였다. 인터넷 확산으로 PC 열풍이 불면서 D램 시장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 삼성전자는 1993년 4분기 처음으로 D램 세계 1위에 올랐다. 1994년엔 창사 이후 최대인 1조68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현재 상황은 1990년대 초반과 비슷하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에 9월 D램 가격은 2.85달러로, 지난해 7월 고점(4.10달러) 대비 30.5% 급락했다. 스마트폰과 PC 업체들이 반도체를 안 사고 있어서다. 이에 세계 3위 D램업체 마이크론과 낸드플래시업체 키오시아는 최근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 투입량을 30%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웨이퍼가 반도체로 가공되는 4~5개월 뒤엔 반도체 공급량이 감소한다.
삼성전자는 이날 “5세대 10나노급(12나노미터, 1㎚=10억분의 1m) D램을 2023년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주력인 4세대 10나노급 대비 선폭(반도체에서 전자가 지나다니는 회로의 폭)이 2㎚ 이상 줄어드는 제품이다. D램은 수억 개의 셀(데이터 저장공간)로 구성돼 있어 1~2년 만에 선폭 1㎚를 좁히는 것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한 세대 만에 2㎚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업계에선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란 평가가 나온다.
D램과 함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낸드플래시에선 “2030년에 1000단 V낸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활용되는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다. 용량을 늘리기 위해 셀을 고층빌딩 올리듯 수직으로 높이 쌓는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주력 제품인 170단대보다 약 6배 높은 제품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에 인공지능(AI) 연산 기능을 추가한 HBM-PIM 등 융합형 제품을 통해 초격차를 강화할 방침이다. 2025년 ‘자동차용 D램 1위 달성’ 목표도 제시했다.
카메라의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와 관련해선 현존 최대 화소인 2억 화소 제품을 공개했다. 자동차용 SoC ‘엑시노스 오토 V920’ 등의 신제품도 선보였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인간의 기능에 근접한 성능을 제공하는 최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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