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7원70전 내린 1402원40전에 마감했다. 6원40전 오른 1416원50전에 출발했지만, 곧바로 하락 반전했다. 오후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수세가 커지자 한때 달러당 1397원10전까지 떨어졌다. 환율이 장중 1400원 아래로 내려간 건 지난달 22일 이후 10거래일 만이다. 환율은 지난달 28일 1439원90전으로 종가 기준 연중 최고치를 찍은 뒤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하락폭은 37원50전(2.6%)이나 됐다.
환율 하락은 달러 강세가 주춤한 영향이 크다. 미국의 고용 호황 둔화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 강도가 약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작용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한때 112를 넘었지만, 현재는 110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귀환도 환율 하락에 영향을 줬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02% 오른 2237.86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251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앞서 한국과 대만의 투자 의견을 ‘비중 확대’로 상향했다.
오는 16일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원화 강세(환율 하락) 요인이 됐다. 김승혁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역외 시장에서 중국 위안화가 강세를 보였다”며 “중국이 정치적 이벤트를 앞두고 환율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환율이 본격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고 보긴 이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미국은 강(强)달러로 인한 물가 안정이 시급할 것”이라며 “다음달 2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 메시지가 나온다면 환율은 다시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웨비나에서 “원·달러 환율이 연내 1500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며 “Fed의 고강도 금리 인상으로 인한 한·미 금리 격차 확대와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을 고려하면 원화 약세가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외환당국은 지난달 ‘환율 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에서 200억달러 가까이를 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196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2008년 10월(274억달러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 감소폭이다. 지난달 환율은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액은 최근같이 시장 변동성이 증폭되고 쏠림 현상이 나타날 때 활용하기 위해 비축한 것”이라며 “외환보유액은 충분하며 외환위기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