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농산물 도매 가격이 한 풀 꺾였다. 추석 명절에 몰린 수요가 추석 이후 줄어들면서 가격이 안정화됐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선선한 날씨에 접어든 것도 일부 작물 작황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도매 가격이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소매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달부터는 농산물 가격에 대한 부담은 줄일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KAPI지수에 포함된 22개 작물 중 15개가 지난달보다 가격이 하락했다. 상추(-55.5%), 양상추(-55.46%), 깻잎(-43.3%) 등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이 작물들은 한때 식당에서 밑반찬 메뉴에서 제외되거나 햄버거의 주재료에서 빠지는 등 공급 문제를 겪었다. 배추도 전월 대비 39.6% 떨어진 kg당 1044원에 거래되면서 6개월 전 가격으로 돌아간 상태다.
같은 기간 소매 가격도 떨어졌다. 농산물유통정보 KAMIS에 따르면 시금치(-60.2%) 상추 (-51.1%) 대파(-13.3%) 배추(-7.8%) 등은 지난달보다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농산물 가격 안정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봄과 여름에는 이상기온, 폭우, 늦은장마 등으로 전반적인 농산물 작황이 부진했다. 이달 들어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가을 작물들의 작황은 대부분 좋은 상태다. 특히 20℃ 언저리에서 잘 자라는 상추와 깻잎은 지난주보다 30% 넘게 가격이 낮아졌다. 한 대형마트 바이어는 “여름에는 고기 소비와 함께 쌈채소 수요가 늘었지만 폭염으로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했던 것”이라며 “현재 논산, 금산 등 쌈채소 주산지 출하 물량이 안정적이라 시세는 지난해보다 더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9월 말부터 일부 산지에서 나와야 할 가을 무가 생육 부진으로 출하 시기가 늦어진 것이 원인이다. 무는 뿌리를 통해 영양분을 섭취해야하는데 9월 초 잦은 비로 땅에 물이 많아져 잔뿌리가 충분히 자라지 못했다.
다만 이같은 시세가 계속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 식자재 유통업체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가을 무가 시장에 나오면 김장 시즌에는 가격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추도 강원도 이외의 지역에서 가을 배추 출하가 시작되면 가격은 지금보다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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