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규 한투운용 대표 "ETF를 단기 시황투자로 사용하는한 돈 못 번다"

입력 2022-10-07 16:13   수정 2022-10-07 17:36


올해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도입된지 20주년이 되는 해다. 2002년 출발한 한국 ETF시장은 그동안 순자산이 200배 증가했고, 종목수도 당시 4개에서 622개까지 늘어났다. 2002년 ETF를 국내에 처음 도입한 인물은 배재규 현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다. 당시 그는 저비용 장기 인덱스 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목표로 ETF를 도입했다.

7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신탁운용 본사에서 만난 배재규 한투운용 대표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문화가 아직도 거래편의성을 기반으로 한 도입 초기의 단기투자 문화에 머물러 있다""ETF를 단기적인 시황투자로만 사용하는한 투자자들은 돈을 결코 벌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ETF가 과연 좋은상품이냐 아니냐에 대한 증권가의 논쟁이 있지만, 진짜 중요한건 투자자가 결국에 돈을 벌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며 "레버리지, 인버스, 단일종목 ETF 다 좋지만 이런 상품들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중심이 되는한 100중 99명은 장기로 보면 결국 잃게 돼있다"고 했다. 배 대표는 "ETF는 장기적인 자산배분을 위한 '수단'이 되야한다"며 "테마형, 단기형 상품 등은 이 자사배분내의 일부분이 되야 한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코어(핵심)-새털라이트(위성)' 전략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증시 상황과 관계없이 늘 들고 있어야 할 장기 인덱스 상품 등을 핵심으로 삼고, 나머지 일부만 시황에 따라 테마·단기 상품을 담으라는 의미다.

배 대표는 "장기적으로 보면 시장을 이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전문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자본주의와 함께 장기 우상향할 S&P500, 나스닥 같은 지수 ETF를 중심으로 하고, 시황에 맞게 테마 상품의 비중을 조절하는게 좋다"고 했다. 테마 투자와 관련해서는 "인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에너지, 컴퓨팅 등 구조적 성장이 가능한 종목을 살펴야한다"고 했다.

배 대표는 '앞으로 증시가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에는 "시장은 애초에 예측하는 게 아니다"라며 "유튜브나 언론에 나온 전문가들의 과거 예측을 살펴보면 맞는것보다 틀린게 많다"고 말했다. 그는 "증시를 예측하는 건 신의 영역"이라며 "예측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건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배 대표는 "지금 불황도 장기적으로 보면 점에 불과하고, 지나고 나면 움푹패인 그래프일뿐이다"라며 "자본주의 성장과 함께하는 투자라면 결국에는 장기 우상향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ETF 20주년이다. ETF를 국내에 도입한 인물로서, 시장의 발전 모습이 기대했던 것과 비슷한가
20년전 시작할때, 공모펀드보다는 더커지겠다는 생각을 했었다.앞으로도 유용성을 기반으로 시장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ETF를 기반으로 시장의 변화가 자기주도형으로 바뀌고 있다. 펀드라고 하는 건 기본적으로는 운용사가 기본 운용은 하지만, 판매사가 주인 역할을 한다. 고객에 대한 주도권도 펀드 판매사가 쥐고 있다. 여전히 판매사에 의존하는 투자자도 많지만, 젊은층을 중심으로 투자자중심 문화가 퍼지고 있다. 의사결정만 하면 곧바로 ETF를 살 수 있다. 과거에는 매니저들이 운용하는 펀드가 시장이상의 초과수익을 내준다는 믿음이 있었는데, 이런 믿음이 깨지고 있는 것도 ETF가 더 커지는데 주효한 원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 ETF 시장은 어떻게 발전될 것 같은가? 혹은 어떻게 발전되야 하는가
투자가들의 이해는 좋아졌다. 다만 투자 문화가 여전히 단기 투자에 머물러 있다. ETF 매매가 쉽다보니 더욱 단기 투자 문화로 가고 있는 것 같다. ETF가 좋은 상품이냐 나쁜 상품이냐를 떠나서 결국에는 돈을 벌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단기투자를 지양하고, 장기 투자로 가야한다. ETF는 장기 자산 배분을 위한 활용 수단으로 가야한다.
최근 단일종목 레버리지, 곱버스 등 단기적 투자에 ETF가 더 활발히 쓰이는 것 같다
고객이 원하는 니즈를 충족시킨다는 측면에서 ETF의 장점이 충분히 활용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장기투자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는 말은 단기투자 ETF가 조금도 쓰이면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 10% 내외가 적당하다고 본다. 결국에는 개인 투자자들이 돈을 벌 수 있으려면 곱버스, 레버리지 같은 단기투자 상품은 '일부'여야 한다는 것이다. ETF의 장점중 하나가 '편의성'인데, 많은 투자자들이 너무 여기에만 집중하는 것 같다. 투자는 편의성으로만 하는게 아니다. ETF 도입 목적은 결국 투자자가 돈을 벌게 하는데 있다. 매매 편의성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결국에는 ETF는 장기 자산 배분의 수단이 되야한다.
자산배분을 어떻게 하라는 얘기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1)첫번째, 주식, 채권, 실물자산, 현금 등 자산의 종류를 정하고, 2)두번째, 투자 국가와 지역을 정하고 3)세번째, 시간에 대해 분산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런식의 사전 전략을 짜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야한다. '이게 좋다니까 이거 사고, 저게 좋다니까 저거 사는식'으로 투자를 하니 포트폴리오가 엉망이 된다.

이런 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짤때는 특히 '코어(핵심)-새털라이트(위성)' 전략이 기반이 되야한다. 장기적으로 꾸준히 우상향할 자산을 핵심으로 삼고, 단기·테마형 상품은 일부분만 주위 '위성'으로서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주식ETF와 채권ETF, 대체자산 ETF 등에 비중을 나눠 투자한다. 그리고나서 다시 주식 ETF포트폴리오 내에서 미국의 대표지수인 S&P500 ETF를 핵심으로 담고 테마형 상품을 일부 담는다. 이런식으로 계속 분산화하면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좋은 전략이지만, 바쁜 근로자 등에게는 조금 복잡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산배분에도 공부가 필요하다. 너무 복잡하다고 생각되면, 자산배분을 운용사가 대신해주는 타겟데이트펀드(TDF) 등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젊었을때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이 높았다가, 은퇴시점이 가까워질 수록 채권등 안전자산 비중을 높이는 자산배분 서비스 상품이다. 대부분의 TDF가 미국 S&P500 등 장기 패시브 인덱스를 중심으로 자산배분을 하고 있다.

다만 낮은 수수료의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TDF는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비용 싸움이다. TDF내에 펀드들이 들어가는데 이 상품 운용보수의 몫이 크다. 그래서 TDF에도 ETF를 담은 상품이 유용하다고 보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펀드보다 낮은 수수료의 ETF로 TDF의 자산배분을 구성하면 장기수익률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에 한투운용은 ETF로만 구성된 TDF를 내놨다.

액티브 매니저들은 패시브한 ETF보다는 종목이나 펀드를 담고 싶어하는데, 결국에는 사람이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본다.
포트폴리오 일부에 담을 만한 테마를 추천해준다면?
인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건 대부분 기업이다. 처음 과제는 먹고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어느정도 먹고사는걸 해결했다. 그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신경을 못썼다. 환경을 헤치는 물질들은 대부분 에너지와 관련이 있다. 전기 배터리, 태양광 ,풍력 수소 등이 주목 받는 이유다.

두번째로 컴퓨터 파워다. 컴퓨팅 파워가 늘어나니, 옛날에 못했던 계산이 된다. 데이터 역시 값이 나가기 시작했다. 보통 1000여명으로 대선 여론조사를 하는데, 이건 스몰데이터다. 빅데이터를 쓰면 훨씬 더 사실에 가까운 사실이 나온다. 클라우드, AI, 5G가 발전할 수 밖에 없다.

세번째 테마는 새로운 세계와 관련된 것이다. 달러위주 세상에서 마음대로 돈을 찍는 코인이 등장했다. 지구 오염이 심하니 화성에 가야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항공우주 테마가 등장했다. 심지어 리얼월드를 사는게 아니라 인터넷 안에 사는것도 가능하다며 '메타버스'도 주목받고 있다.

다만, 여러번 강조하지만 이런 유망한 테마라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분이 되야한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증시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보는가
시장은 예측하는게 아니다. 전문가들이 유튜브나 언론 나와서 했던 과거 예측을 살펴봐라. 환율, 주가 전망 다 틀린다. 예측으로 투자하면 안된다. 자산배분으로 우상향을 그려야 한다. 예측으로 투자하는건 전체 포트폴리오내에 일부분이어야 한다.

시장 예측으로 투자에 성공하면, 짜릿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런식이면 장기적으로 결국 100명 중 99명은 실패한다. 투자는 다시 한번 말하지만 짜릿할려고 하는게 아니라 돈을 벌려고 하는것이다. 한번의 성공보다는 장기적인 수익이 중요하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지금 모두 장기적으로 보면 점에 불과하다. 지나고 나면 움푹패인 그래프일뿐이다. 자본주의 성장과 함께 장기 우상향해야한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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