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정부 조직 개편안을 공식 발표한 후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탄력을 받은 여가부 폐지론이 젊은 남성 지지층 결집 효과를 불러일으킬지, 20대 여성 실업이 증가하고 젊은 여성 지지율이 10%대를 기록하는 가운데 여성 지지층 추가 이탈로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7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여가부 폐지와 관련해 "피해 호소인이라는 시선에서 탈피하고 여성에 대한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처를 폐지하더라도 기존에 맡고 있던 기능들은 없애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안 수석이 "기존보다 예산적인 면이나 내용적인 정책 추진 면에서 지금보다 훨씬 강화된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것이 어떻게 여가부 폐지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누리꾼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면서 이를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에 비유하며 비꼬기도 했다.
다만 해당 여론조사가 4일부터 6일까지 실시돼, 논란에 선 여가부 폐지 현안에 대한 여론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갤럽이 월간 통합으로 발표하는 성별 연령대별 지표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후인 지난 6월 대비 가장 최근인 9월 지지율 낙폭이 가장 큰 계층은 20대 남성이다.
18~29세 남성 지지율은 4개월간 37%포인트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부정 평가는 43%포인트 올라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이 컸다는 해석이 나온다. 30대 남성도 지지율이 32%포인트나 감소했다. 그간 젊은 남성을 중심으로 여가부 폐지론이 탄력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이번 정부의 조직개편안은 젊은 남성을 포함해 지지층 결집 효과를 다소 기대할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그간 여가부 폐지와 관련한 여론조사에서는 4 대 3 비율로 '유지하되 개편하자'는 입장에 더 무게를 둔 분위기였다. 단순히 여가부 폐지 찬성이냐 반대냐를 묻는 조사에선 5 대 3~4 비율로 찬성이 더 우세해왔다. 압도적 찬성을 나타내는 조사 결과는 없었다. 중도와 진보층에서 50~70%가량이 반대한다는 조사가 대부분인 가운데, 현재 중도와 진보층 흡수에 난항을 겪고 있는 윤 대통령 지지율로써도 특별히 좋은 카드는 아닐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여가부 폐지 반대 여론이 높아 왔다는 점과 최근 20~40대 여성 지지율이 10%대에 그치고 있다는 점에서 남성 지지율이 다소 회복되더라도 여성 지지층에는 반등 요소가 될 가능성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여가부 폐지 기사 인용 게시물이 쏟아지며 "나라가 망했다", "시위하러 나가겠다"는 반응도 올라오고 있다.
최근 들어 대내외 경제난으로 물가 상승과 취업난이 고조되면서 20~30대 여론도 좋지 않은 가운데, 특히 20대 여성 여론에는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대 여성의 실업률 개선세는 올해 내내 남성보다 떨어져 왔다가 가장 최근인 지난 8월 통계에서는 20대 남성은 실업률이 전년 동월 대비 0.8%포인트 떨어지는 동안 20대 여성 실업률은 0.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녀 통틀어 전년 동월 대비 실업률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4월 이후로 처음이다. 통상 경기가 악화하면 여성 일자리가 더 흔들리는 경향성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대내외 경기 분위기 속에서는 여성 고용이 더 악화할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경기에 따라 전반적인 지지율 등락이 큰 점을 고려할 때 20대 여성 지지의 변동성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미 대선후보 당시부터 공약이 나왔던 상태고, 관련 사안과 관련된 여론은 이미 반영될 만큼 반영돼 큰 변동이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전반적인 지지율, 특히 여성 지지율에 크게 좋은 이슈가 아닌 것만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향후 행보가 더 여론에 중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관옥 계명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향후 이를 어떻게 풀어가느냐가 매우 관건"이라면서 "당장보다 앞으로 나오는 세부 정책에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효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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