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없는 성장주"…카카오 '검은 금요일'

입력 2022-10-07 17:34   수정 2022-10-0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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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와 카카오뱅크·게임즈·페이 등 국내 대표 성장주로 꼽혀온 카카오그룹주가 몰락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성장성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주가는 고점 대비 65~80% 하락했다. 각국 중앙은행의 강도 높은 긴축 기조도 이들 기업의 높은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 수준)에 독(毒)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손자회사인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이중 상장’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카카오그룹주를 향한 투자심리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는 분위기다.

○고점 대비 80% 하락한 페이·뱅크
7일 카카오페이 주가는 14.41% 급락한 4만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고점 대비 83.86% 떨어졌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고강도 긴축 기조를 유지하면서 미래 가치를 주가에 선반영하는 성장주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기업의 미래 성장성까지 불투명해진 영향이다.

최근 투자은행(IB)인 씨티증권은 ‘현실을 직시할 때’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카카오페이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현 주가보다 낮은 3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씨티증권은 “소비자들은 최근 경기침체로 소비를 줄이고 있는 데다 사용자 트래픽이 매출로 전환되는 속도도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카카오페이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1519억원, 14억원이다. 그러나 씨티증권은 “올 3분기 손익분기점에 도달해 내년 영업이익률 6.8%를 달성할 것이라는 시장 전망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내년 말까지 분기별 영업손실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카카오뱅크도 9.38% 하락한 1만83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8월 고점 대비 80.56% 급락했다. DB금융투자는 전날 종가(2만250원)보다 20% 낮은 목표주가(1만6200원)를 제시했다. 올해 대출 증가액이 예상치(4조원)에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DB금융투자는 올해 대출 증가액이 2조3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전세 대출이 급격히 줄면서 카카오뱅크의 대출 증가세가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또 ‘쪼개기 상장’ 나선 카카오
이날 카카오게임즈도 5.15% 하락한 3만9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카카오게임즈의 게임 제작 자회사인 라이온하트의 상장이 임박하면서다.

카카오게임즈 주주들은 “라이온하트 상장은 이중 상장”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기준 오딘에서 발생한 매출(1646억원)은 전체 매출(3388억원)의 48.5%에 달한다. 라이온하트 상장으로 카카오게임즈의 기업 가치가 크게 희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카카오에서 쪼개져 상장된 카카오게임즈와 뱅크, 페이 등이 고점 대비 65~80%가량 하락한 상황에서 또다시 카카오가 손자회사 상장에 나서면서 비난 여론은 거세지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그룹주가 최악의 투자심리를 맞닥뜨린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모회사 격인 카카오도 7.12% 하락한 5만900원에 마감됐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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