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홍콩처럼 만들자" 제안에…대만·중국 모두 반발

입력 2022-10-09 15:38   수정 2022-11-06 00:01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에 끼어들었다. '대만 특별행정구역'을 언급했다가 대만의 반발에 직면했다. 우크라이나 분쟁에도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CEO가 정치에 목소리를 낸 사이 지난주 테슬라 주가는 2년 7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지난 7일(현지시간) 머스크는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대만을 위한 특별행정구역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그들(대만)이 홍콩보다는 더 관대한 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테슬라 전기차 생산량의 약 50%를 차지하는 중국 상하이 공장의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머스크는 "(대만을 둘러싼 갈등으로) 애플도 심각한 곤경에 처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스타링크 서비스의 중국 판매를 추진하지 않을 것이란 확답을 요구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스타링크는 머스크의 우주 탐사 기업인 스페이스X가 제공하는 인공위선 기반 무선통신 서비스다.

머스크의 돌출 발언에 대만 각계는 반발했다.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관인 대륙위원회는 8일 "머스크는 그저 기업의 투자이익을 고려해 민주국가를 전제국가의 특별행정구로 바꾸는 제안을 했다"며 "이 제안은 대만은 물론 어느 나라 국민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만 여당인 민진당도 대변인을 통해 "머스크 견해는 대만에 있어 국가 주권을 침해할 뿐 아니라 민주주의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차오톈린 민진당 의원은 "머스크가 생각을 안 바꾸면 테슬라를 무기한 보이콧하자"며 불매운동도 제안했다.

중국은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며 머스크의 발언에 선을 그었다. 8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게 명확하다"며 "'평화통일'과 '일국양제'의 기본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매체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외교부의 입장에 대해 "머스크가 중국에서 테슬라 판매를 늘리기 위한 발언을 했을 수 있다"고 짚었다.

머스크는 이달 초에도 국제 정세에 의견을 냈다가 반감을 샀다. 지난 3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을 종식할 수 있는 방법을 트위터로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가 반발했다. 스타링크 서비스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던 그였지만 이 제안으로 안드니 멜니크 주독일 우크라이나 대사에게서 "이젠 어떤 우크라이나인도 당신의 빌어먹을 테슬라 쓰레기를 사지 않을 것"이란 비난을 들어야했다.

테슬라를 둘러싼 나스닥시장의 분위기도 악화일로다. 지난달 30일 265.25달러였던 테슬라 주가는 1주일 만인 지난 7일 16% 떨어진 223.07달러를 기록했다. 이 하락 폭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2020년 3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 3분기 테슬라의 전기차 인도량은 34만3000대로 시장 추정치(36만4660대)에 못 미쳤다. 지난달 30일 공개했던 인간형 로봇 '옵티머스'도 시장 분위기를 뒤바꿀 만큼의 깊은 인상을 주진 못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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