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담동과 한남동, 제주 애월 등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디저트 카페 ‘노티드’는 유통업계에서 콧대 높은 브랜드로 유명했다. 2030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자 대형 백화점들이 ‘입점 러브콜’을 무수히 보냈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백화점에 입점하면 브랜드 이미지가 빨리 훼손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백화점을 을(乙)로 전락시킨 브랜드로 노티드는 더 유명해졌다.
‘백화점 입점=성공’은 옛말
이랬던 노티드가 최근 전략을 180도 바꿔 유통·외식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노티드는 롯데백화점과 손잡고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부산본점 등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그간 전국에 몇 개 없는 로드숍에서 줄을 서 사 먹어야 했던 도넛을 백화점에서 만날 수 있게 되자 매장 앞엔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일견 성공적으로 보이는 이런 전략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한 백화점 음식료 바이어는 “디저트 브랜드는 워낙 트렌드가 빨리 바뀌어 외식업종에서도 특히 수명이 짧다”며 “희소성으로 재미를 보던 노티드가 팝업 스토어를 연다는 건 아쉬운 게 생겼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과거 외식 자영업자에게 백화점 입점은 곧 성공을 의미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잘나가는 브랜드일수록 백화점에 들어가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다. 백화점 입점이 브랜드 이미지에 되레 악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스타 맛집’으로 유명한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 사장도 최근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안을 받았지만 고민 끝에 거절했다. 그는 “틀에 박힌 백화점 매장에선 우리 브랜드의 정체성을 살릴 수 없다”며 “오래 가는 브랜드로 남기 위해선 단독 매장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백화점 떠나 길거리로
백화점과의 ‘갑을관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젊은 외식업자도 적지 않다. 백화점에 입점하면 담당 바이어가 요청하는 할인 행사에 참여해야 할 수도 있고 영업시간, 근무 규칙 등을 백화점이 정한 대로 따라야 한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수수료로 백화점에 내놔야 하는 점도 불만 요인이다.외식업계에서 백화점 입점을 발판 삼아 성장한 업체가 ‘탈(脫) 백화점’에 나서는 사례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초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개점과 함께 지하 1층 푸드스트리트에 문을 연 샤부샤부 전문점 ‘강호연파’는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단독 매장을 열었다.
강호연파는 신진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더현대서울 지하 1층에서 월매출 기준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다른 백화점으로부터 입점 제안도 많이 받았지만 결국 단독 매장 오픈을 택했다. 강호연파 관계자는 “백화점에선 주류 판매에도 제약이 있고 우리만의 색깔이 담긴 매장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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