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복지사각 해소할' 안심소득, 전국 확대 기대한다

입력 2022-10-09 17:22   수정 2022-10-10 00:22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생활고로 인한 죽음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에도 수원시에서 세 모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생계급여 중심의 기존 복지제도는 아무리 손질해도 이런 죽음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 정부는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심소득을 그 대안으로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안심소득은 생계·주거급여를 제외한 모든 복지제도를 그대로 두면서 기준 중위소득 이하 가구에 기준 중위소득과 가구 소득 간 차이의 반을 채워주는 제도다. 현재는 소득 및 재산 등을 고려해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는 까다로운 적격성 심사 때문에 전 가구의 5%만이 생계급여를 받고 있다. 반면에 안심소득은 국세청이 파악한 소득에 따라 지원 여부 및 지원액을 결정해 매월 지원하고 연말에 정산한다. 신청하지 않아도 먼저 지원하고 후에 정산하므로 ‘수원 세 모녀’ 같은 안타까운 일들을 방지할 수 있다. 생활고로 인한 죽음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욱 증가했다. 이런 죽음을 막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책무이므로 안심소득을 하루속히 실시할 필요가 있다.

안심소득은 실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한 경우에도 생계를 영위할 수 있게 해주는 최후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창업에 실패해도 가족의 생계가 위협받지 않는다면 많은 사람이 모험적인 사업을 시도할 수 있다. 이런 시도가 바로 시장경제 발전의 원동력이므로 안심소득은 미래를 열어가는 복지다.

안심소득은 대상 가구들을 하후상박으로 지원하므로 소득격차 완화 효과가 탁월하다. 현행 생계급여 수급자는 근로소득이 생겨도 그 소득의 30%만 처분가능소득이 되므로 일할 유인이 약하다. 그러나 안심소득은 50%가 처분가능소득이 되므로 일할 유인이 상대적으로 크다. 올해 중앙정부의 복지·노동·보건 사업 예산은 217조7000억원이지만 복지 혜택을 피부로 느끼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는 전달 과정에서 상당한 정도의 누수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안심소득은 현금을 지급하므로 이 누수를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적격성 심사 등을 간소화해 3만 명에 달하는 사회복지 전담 공무원들의 행정 부담을 덜어줄 것이다. 안심소득은 보편지급형 기본소득과 달리 지원금을 전액 소비할 가능성이 높은 저소득층에 집중해서 지원되므로 유효수요 창출 효과 또한 탁월하다.

안심소득을 전국적으로 실시할 경우 필요한 추가적인 예산은 32조4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최근 5년 동안 중앙정부의 복지·노동·보건 사업 예산은 매년 11%씩 증가했는데, 이 비율로 향후 5년 동안 증가하면 2027년에는 이 예산이 366조8000억원으로 2022년 대비해서 149조1000억원 순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심소득 시행에 필요한 32조4000억원은 이 순증액의 21.7%에 불과하며 올 6월에 지급한 7차 긴급재난지원금 39조원보다도 적다. 즉 정부가 의지만 있으면 감당할 수 있는 액수다.

안심소득은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코로나 사태 이후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효과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범(汎)복지제도다. 안심소득이 전국적으로 확대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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