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우조선, 새로운 도전 나서야

입력 2022-10-09 17:39   수정 2022-10-10 00:24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2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대우그룹 해체 이전 대우중공업으로 1999년도에 워크아웃(재무개선 작업)을 받은 지 23년 만에 새 주인을 찾게 됐다. 한화는 2009년 6조원에 인수하려 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무산됐다. 이후 13년 만의 재인수다. 대우조선해양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26일 한화그룹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다.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49.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는 것이다. 반면 산업은행 지분은 28.2%로 줄어든다.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대규모 분식회계 적발 등으로 경영 부실이 심각해지고 조선 불황까지 겹쳐 7년간 7조1000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문제 기업’이었다. 산업은행이 투입한 공적자금은 한푼도 회수하지 못했다. 한화가 신규 투입하는 자금은 모두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쓰인다.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기업을 산업은행은 소유 지배해 관리하고 경영인을 임명했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과의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경영진에 연간 순이익·영업이익률·수주액 등의 목표를 절대 수치로 부여한 뒤 달성도를 기준으로 보상·제재를 가했다. 이는 실적 위주의 공격 마케팅으로 이어졌고, 저가 수주 경쟁을 불렀다. 해양플랜트도 기술과 역량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수주에 나서 대규모 손실을 발생시켰다. ‘조선 빅3’의 과당경쟁이라기보다는 비정상적인 대우조선해양의 경영 방식에 의한 것이었다.

산업은행이 민간 주인을 찾아 과감한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회사의 정상화 방안을 찾기로 한 것은 참으로 옳은 결정이다. 비록 투자한 공적자금은 회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후 더욱 늘어날 공적자금 투입과 국가적 낭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같은 조선업종에 병합되기보다는 대우조선해양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세계 조선시장에서 새로운 자세로 경쟁할 수 있게 돼 보람을 느낄 것이다.

조선업은 시황의 부침이 심하고 특히 세계 경제와 해운업 경기 상황에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세계 경제는 침체가 예상되지만 조선업은 올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106척 발주했다. 연간 세 자릿수 발주는 역대 처음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새로운 해상 수요가 발생하면서 2030년까지 연간 70~100척 이상의 LNG선박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해사기구(IMO)는 신조선에만 적용하던 탄소배출 규제를 2023년부터 모든 운항 선박에 적용하기로 했다. 배출가스양에 따라 A~E 5등급으로 나누어 하위 D·E등급은 시정명령과 기간을 정해 시장에서 퇴출한다. 따라서 2014년 이전에 건조된 선박은 환경친화적인 신조선으로 대체될 것이다. 2030년 이후부터는 연간 신조선 발주량이 1억4800만t으로 예상돼 최근 호황기였던 2012년의 1억3300만t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세계 최고 수준의 LNG선 건조기술을 가지고 있다. 구축함, 잠수함, 고속경비정, 해양플랜트 등 방산 분야에서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방위산업 분야에 최고의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한화가 인수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보일 것이 분명하다. 반도체 이후의 새로운 국가적 먹거리를 찾고 있는 우리나라에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런 환경을 적극 활용해 23년의 침체를 벗고 세계 최고 조선해양업체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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