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달 일본 시장에서 150대 가까운 차량을 판매했다. 일본 시장 재진출 12년 만에 처음으로 세 자릿수 판매량이다. 절대 판매량 자체는 아직 적지만, 전기차 선호도가 낮은 일본 시장에서 서서히 판매가 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9일 일본수입차협회에 따르면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량은 147대로 집계됐다. 지난 2월 일본 시장에 재진출한 현대차는 5월부터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와 수소전기차 넥쏘를 판매하고 있다. 판매량은 5월 7대에서 6월 37대, 7월 61대, 8월 76대로 계속 늘었다.
현대차는 지난 8일엔 후쿠오카에 도시형 전시실 ‘현대차 씨티스토어 후쿠오카’를 열었다. 100% 온라인 판매 중이며, 실물이 궁금한 고객을 위해 차량을 전시하고 시승, 구매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신차가 연 450만 대가량 팔리는 세계 3위 시장이다. 하지만 도요타 닛산 등 자국 브랜드에 자부심이 높아 ‘수입차의 무덤’으로 불린다. 전체 수입 승용차의 월 판매량은 2만5000여 대에 불과하며, 수입차 1위인 메르세데스벤츠가 월 5000여 대를 파는 수준이다.
일본은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카 선호도가 높은 데다 경차 비중이 높다. 중형급 이상으로 판매되는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밖에 없다. 도요타가 지난 6월 전 세계에 출시한 첫 전용 전기차 ‘bz4x’를 자국에선 ‘구독’ 서비스만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도요타는 bz4x의 타이어가 풀리는 문제로 3개월간 리콜을 거쳐 이달 26일부터 구독 서비스를 선보인다. 계약금을 기존의 절반인 38만5000엔(약 380만원)으로 내렸다. 그러나 현대차는 도요타 등 일본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전환이 늦어 선점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계도 일본 전기차 시장에 속속 발을 들이고 있다. 중국 BYD는 중국 자동차업체 중 처음으로 지난 7월 일본 진출 계획을 발표했고, 내년 초 세 종류의 전기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일본 교토의 MK택시는 7월 아이오닉 5를 50대 도입하기로 했다.
아이오닉 5에 대한 현지 전문매체와 인플루언서의 호평도 판매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매체 모터팬은 “올 상반기 출시된 자동차 중 가장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기차 보험을 제공하는 보험사가 적고, 안전을 우려하는 여론이 많은 점은 판매 걸림돌로 꼽힌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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