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과일 수입량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이 접할 수 있는 수입 과일의 종류가 점차 늘고 있다. 국내 농가들은 ‘신품종’ 재배를 통해 수입 과일의 공세에 대응중이지만 품종 개발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돼 국산 신품종이 시장에 침투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신선과일 유통회사 H&B아시아는 이 시차를 노려 ‘엔비사과’를 통해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GS리테일에서 운영하는 GS프레시에 따르면 사과 카테고리에서 엔비사과의 매출 비중은 2019년 1~2월 10.2%에서 올해 36.1%로 늘었다. 이 기간 매출은 3배 증가했다. 엔비사과의 경우 kg당 1만8000원원 정도로 홍로사과(kg당 약 6000원)보다 세 배 가량 비싸지만 수요는 오히려 늘어난 셈이다.
1985년 뉴질랜드 농업진흥청이 개발한 엔비사과는 세계적으로 ‘후지사과 이후 100년만에 나온 가장 맛있는 사과’라는 평가를 받는다. 일반 사과의 평균 당도가 12~13브릭스인데 반해 엔비사과 당도는 15∼18브릭스로 사과 전 품종 중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과육이 단단해서 상대적으로 무겁고 쉽게 갈변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10개국에서만 재배된다.
H&B아시아는 충남 예산, 충북 보은, 강원 홍천의 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생산된 엔비사과 전량을 수매한다. 이마트, 코스트코, 마켓컬리 뿐만 아니라 올해부터는 쿠팡의 ‘러브콜’을 받아 납품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엔비는 다른 사과 품종에 비해 열매가 많이 열리고 출하 시 색택 기준이 낮아 재배 과정에서 인건비 부담이 덜하다”며 “판로 확보는 물론 전량 수매를 통해 농가가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매출은 2018년 486억원에서 올해 850억원 가량으로 불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김 대표는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강원 양구, 충남 예산에 직영 농가를 설립했다. 농법 연구 결과를 계약 농가와 공유하고 안정적으로 사과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직영 농가에서 귀농민이나 청년 농업인을 육성하고 엔비사과 재배 면적을 지금의 두 배인 500헥타르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코스믹 크리스프, 피조아 등 해외에서 이미 유통중인 신품종 과일도 적극적으로 들여올 계획이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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