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조 기업들이 킹(King) 달러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달러 강세가 미국 주요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면서 매출에 타격을 입히고 있어서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 중인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 만든 제품보다 수입한 상품의 가격이 더 저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제조 기업의 실적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 예상에 무게가 실리면서다.
미국 유명 가전업체 월풀이 강달러로 매출 급감을 겪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월풀은 유럽·중동·아프리카에서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 급감했다. 미국 농기구 제조업체인 애그코도 2분기에 해외 매출이 8.5% 감소했다.
디젤엔진 제조사인 커민스도 2022년 매출이 2~3%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RBC캐피털마켓에 따르면 3M은 5.1%, 에어컨 제조사인 캐리어는 3.4%,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제너럴 일렉트릭(GE) 매출도 2%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신들은 특히 미국 제조기업들이 자국 내에서 생산 능력을 키우는 결정적인 시점에 강달러를 직면한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19로 해외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미국 내 신규 공장을 짓고 생산 설비를 늘려왔다.
WSJ는 볼티모어에서 산업·의료용 바구니를 만드는 말린 스틸 와이어 프로덕트의 사례를 소개했다. 병원들은 코로나19 전까지는 중국 기업 제품을 활용했지만, 공급난을 겪으면서 말린 스틸 와이어 프로덕트로 구매처를 바꾸었다. 이 회사는 볼티모어 공장에 현재 50%의 공간을 더 추가했지만, 최근 강달러로 위기를 맞았다. 외국 경쟁사들이 10~20% 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미국 내 병원에 공급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강달러 현상이 계속되면 미국 내에서 제조한 물건보다 수입품의 가격이 더 저렴해질 수 있다. 미국 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아무리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많이 준다 해도 환율 리스크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기업들의 국내 복귀를 지원하는 이익단체인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 회장은 "강달러가 미국 기업들을 쇠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추세대로라면 2001년 이후 처음으로 120을 돌파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네덜란드 금융회사 ING는 최근 배포한 자료에서 "달러 인덱스가 120까지 오르는 데는 별다른 저항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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