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부동산시장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빚 부담을 안고 있는 대신 조기상환을 택하는 중국인들도 늘어났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집계한 자료를 인용해 "올 1~8월 신규 중장기 가계대출 잔액이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1조9700억위안(약 393조원)을 기록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중국에서 중장기 가계대출의 대부분은 주담대가 차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주담대 기준인 5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올 들어 세 차례나 인하했지만 얼어붙은 주택 구매 심리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중국의 5년 만기 LPR은 연 4.30%다. 해리 후 S&P글로벌레이팅스 선임 이사는 "중국 정부는 은행들에 주담대 확대를 장려하고 있지만 수요는 미미하다"면서 "더 나은 급여에 대한 기대가 희미해지면서 소비, 투자, 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이는 결국 중국 경기에 더 큰 부담을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기존 차주들의 주담대 조기상환은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공상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담대 조기상환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13% 증가한 26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농업은행 등 다른 중국 은행에서도 조기상환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밝혔다.
주식 투자 수익이 감소하는 등 경기 둔화에 따른 상환 불확실성이 커지자 여윳돈이 생기면 빚 청산부터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차주들은 조기상환에 따른 이자 부담 경감 효과도 누릴 수 있다. 후 이사는 "거시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들이 여력이 있을 때 부채 상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3년 전 25년 만기 주담대로 항저우에 200만위안짜리 아파트를 매입한 아키 왕은 "현재 연 5.1%의 이자를 내고 있는데 5년 안으로 원리금을 다 갚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밀리 양도 "어려운 시기에는 비용 절감이 중요하다"면서 2030년에 만기인 주담대 상환을 올 초에 끝마쳤다. 이 과정에서 양 씨는 10만위안을 절약할 수 있었다고 SCMP는 추산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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