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king)달러’를 넘어 ‘갓(god)달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국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달러를 제외한 대부분 통화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높은 원·달러 환율 부담에 시달리고,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언제든 발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 개미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높은 환율을 이익으로 연결하는 투자법을 눈여겨볼 때라고 조언한다.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미국 기업에 투자해 환차익을 거두거나 외국인이 지분율을 높이는 고환율 수혜주에 주목할 만하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헬스케어주에 주목할 만하다고 조언한다. 증시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어느 정도 수익률 선방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미국 제약회사 일라이릴리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주가도 당시 가격 대비 20% 넘게 상승할 것으로 봤다. 실제 미국 제약업체 일라이릴리는 최근 1개월간 6.85% 올랐다. S&P500지수가 같은 기간 5.91% 하락한 것과 대비된다. 신약 모멘텀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6일 일라이릴리의 체중감량제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 패스트트랙 지정을 허가했다. 콜린 브리스토 UBS 애널리스트는 “최근 실험 결과를 고려할 때 티르제파타이드가 유망한 상황”이라며 “일라이릴리를 대형주 중 가장 매력적인 종목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다른 헬스케어주도 최근 시장 지수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글로벌 제약회사 머크와 애브비는 최근 1개월간 각각 0.66%, 1.14% 올랐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한다면 미국 고배당주도 눈여겨 볼 만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더 높은 배당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 담배업체 필립모리스의 이달 기준 배당수익률은 5.63%다. 1%대인 S&P500 기업들의 평균 배당수익률보다 높다. 모건스탠리가 꼽은 배당주 톱픽 중 하나이며, 주당 배당금은 연평균 7% 넘게 오르고 있다. 세계 최대 통신기업 AT&T, 미국 리츠(부동산 투자전문회사) 리얼티인컴도 최근 배당수익률이 각각 5.25%, 5.14%다. 시장 평균치보다 세 배 이상 높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며 “국내 투자자 입장에선 미국 상장 주식이나 환노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할 만하다”고 했다.
담배 기업 KT&G가 대표적이다. 6일 외국인 지분율은 2020년 10월 12일 이후 2년 만에 42%를 넘기기도 했다. 고환율 수혜주로서 매력이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담배산업은 수출 비중이 높고 원가율은 낮은 업종이다. 고환율이 오히려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주가도 한 달 새 4%가량 올랐다.
자동차도 외국인 투자자가 꾸준히 순매수하는 종목이다. 고환율 수혜주로서 실적 기대감이 높아진 게 배경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0조5945억원으로 1개월 전(10조1562억원), 3개월 전(8조3758억원)보다 올랐다. 6개월 전 26%대였던 외국인 지분율은 현재 29%에 육박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독주 시대의 생존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며 “외국인이 꾸준히 순매수하고 이익 전망치가 오르는 종목은 투자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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