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직전 2300만달러 빼돌린 美 코인 대출업체

입력 2022-10-10 17:34   수정 2022-10-11 00:55

투자자 170만 명을 보유했던 미국 암호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 네트워크의 인출 중단 직전 이 회사 최고경영진이 미리 돈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6일 뉴욕남부지역파산법원에 접수된 공시에 따르면 셀시우스 네트워크의 알렉스 마신스키 최고경영자(CEO)와 대니얼 레온 최고전략책임자(CSO)가 루나 사태가 터지고 그 여파로 투자자들의 예치금 인출을 중단하기 전인 5~6월 사이 최소 1700만달러, 많게는 2300만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현금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신스키는 5월 1000만달러어치 암호화폐를 빼냈고, 레온도 5월 27일부터 31일 사이에 약 700만달러를 인출했다. 또 마신스키의 부인 크리스틴 마신스키도 5월 말 200만달러 이상을 출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마신스키는 지난달 28일 CEO에서 사임했고 레온은 6일 CSO직을 내려놨다.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6월 인출 중단 전까지 이더리움을 예치하면 17%의 이자를 이더리움으로 지급하는 상품을 팔았다. 기존 은행에 대한 ‘안전한 대안’으로 홍보하면서 5월 6억9000만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당시 기업 가치는 30억달러로 평가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루나 사태의 여파로 이더리움이 반토막 나면서 파산설이 돌자 예치해둔 암호화폐를 빼내 매각하려는 투자자들의 ‘뱅크런’이 시작됐다. 예치된 암호화폐를 담보로 대출을 내주고, 대출로 나간 암호화폐를 또다시 ‘재담보’로 잡아 대출해주면서 수익을 극대화하던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걷잡을 수 없이 유동성이 빠지자 즉각 인출을 중단시켰다.

결국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올 7월 뉴욕남부지방파산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파산 신청 당시에도 실제로는 28억달러에 달하던 부채를 12억달러로 신고해 논란이 일었다. 코인데스크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47억달러의 투자금을 셀시우스 네트워크에 맡겼지만, 셀시우스는 이를 지급할 돈이 없으며 그동안 회사 대표가 돈을 빼돌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사기 혐의로 투자자로부터 피소당해 40개 주 수사당국으로부터 수사받고 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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