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키이우(키예프)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 곳곳이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지난 8일 크림대교 폭발 후 이틀 만이다. 러시아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자존심’으로 상징되는 크림대교 폭발 배후로 우크라이나를 지목, 보복 가능성이 제기됐는데 이날 결국 현실화했다.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도 “복수할 것”이라고 공언해 일촉즉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목격자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 지역에서도 큰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다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에 보복 공격을 감행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양국이 극도로 예민해진 상황에서 자칫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면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흘러나온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5분께 키이우에 미사일 공습으로 큰 폭발이 여러 차례 일어나 사상자가 여럿 발생했다. 키이우에선 현재까지 최소 5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친 것으로 현지 경찰당국이 확인했다.
키이우 시내에 위치한 삼성전자 우크라이나지점 본사 건물도 미사일 공격에 외벽 창문들이 파손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단 삼성전자 건물이 직접 공격을 받은 것은 아니며 법인이 입주한 건물 인근이 피격된 충격으로 건물 유리창 등이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법인 인명 피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키이우뿐 아니라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 중부 드니프로 등에도 미사일 공격이 감행됐다. 크림대교 폭발을 ‘테러 행위’로 규정한 푸틴 대통령 의중에 따라 러시아의 보복이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곳곳에서 공습 사이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며 “그들(러시아)은 우리를 파괴하고 완전히 말살하려 하고 있다. 자포리자의 집에서 잠자고 있던 우리 국민을 죽이고, 드니프로와 키이우에서 출근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폭격 당한 키이우 도심에는 우크라이나 정부 청사를 비롯해 국가안보국 본부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대교 폭발 배후로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을 지목했었다. 이번 미사일 공격이 크림대교 폭발에 대한 러시아의 보복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 크림대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후 2018년 개통한 곳으로 푸틴 대통령의 힘과 자존심을 상징하는 곳으로 꼽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페이스북 페이지에 “희생과 파괴가 있었다”면서 “적들은 우리 땅에 몰고 온 고통과 죽음에 대해 벌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복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도 이날 공습 직후 “푸틴은 미사일로 말하는 테러리스트”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것은 평화에 대해 논의하기를 바라는 모든 협상가들에 대한 그의 응답”이라고 덧붙였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또한 “러시아 문제가 무력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문명 세계에 보내는 또 다른 신호”라고 주장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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