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2일 개막하는 ‘글로벌인재포럼 2022’의 자문위원을 맡은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은 “반도체뿐 아니라 다른 산업 분야에서도 인력난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요즘 국내 조선업계에선 인력 쟁탈전이 뜨겁다. 지난 8월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대한조선·케이조선 등이 국내 조선업계 1위인 한국조선해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것이 발단이 됐다. LNG 운반선 등 분야의 기술직 등을 직접 접촉하거나 과다한 보수를 제공해 핵심 인력을 부당하게 빼갔다는 이유에서다.
10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기술직 근로자는 7479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보다 1.3%(99명) 줄었다. 시점을 넓혀보면 기술직 근로자들의 감소 폭은 두드러진다. 2013년에는 2만3095명에 달했지만 2017년 8669명으로 1만 명 선을 밑돈 데 이어 꾸준히 감소했다. 기술직이 큰 폭 증발한 것은 조선업계 불황이 장기간 이어진 것과 맞물린다. 실적이 나빠지면서 조선업계를 등지는 인력이 늘었다.
하지만 최근 LNG 운반선과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LNG-FSRU) 등을 중심으로 값비싼 선박들의 수주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한국 조선업계 도크(선박건조공간)에도 이들 LNG 운반선 등이 가득 찼다. 선가도 사상 최고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상황이 급변했지만 LNG선을 설계하고 연구개발할 만한 기술직이 급격히 줄면서 조선업계는 쟁탈전까지 벌이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설계·엔지니어링 전문인력 양성을 핵심으로 하는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짜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국선박공업그룹(CSSC)이 LNG선 30척을 수주할 만한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한국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며 “기술직 등의 확충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전업계도 인력난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탈원전 정책 영향으로 원전 생태계가 붕괴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원자력산업 분야 총매출은 2016년 27조4513억원에서 2020년 22조2436억원으로 5조원 넘게 증발했다. 원자력산업체 인력 역시 같은 기간 3만7232명에서 3만5276명으로 2000명가량 줄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원자력 종합연구기관인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는 문재인 정부 5년간 61명의 석·박사 연구 인력이 자발적으로 떠났다. 이 가운데 56명은 박사급 인재다.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기업도 늘어났다. 7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원전업체 3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문인력 부족(35.7%)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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