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분위기. 현재 정부 내 위원회는 636개다. 증권선물위원회처럼 정부 업무를 위임받아 처리하는 행정위원회(42개)가 있고, 관발심처럼 단순 자문기구(594개)도 있다. 그런데 상당수가 개점 휴업, 유명 무실에 가깝다. 정부가 위원회 중 39%(246개)를 통폐합하려는 이유다.
이런 분위기가 가능했던 건 꼼꼼한 행사 준비 때문이다. 지난 5월 취임한 윤 청장은 해외직구 관련 민원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 서비스 개선 검토를 지시했고 그렇게 20개 과제가 선정됐다. 윤 청장은 행사 직전까지 직원들과 토론에 토론을 거쳐 토씨까지 챙겨가며 자료를 준비했다는 후문이다. 그렇게 전문상담 인력 증원, 실시간 통관정보 조회시스템·모바일 환급시스템 구축 등의 개선 사항이 나왔고, 위원들은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조언을 보탤 수 있었던 것이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새로운 서비스가 ‘돈 한푼 더 안 들이고’ 제공된다는 점이다. 기존 자원의 재배치·재활용만으로도 얼마든지 연말까지 그런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근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앙 18개 부처에서 3449명의 공무원이 스스로 옷을 벗었다. 자진 의원 면직자가 3000명을 넘은 것은 전에 없던 일이다. 전체 인원(48만515명)의 1%가 안 되지만 문제는 8·9급 하위급을 중심으로 그 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데 있다.
길고 추운 겨울의 초입이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고부채의 복합 경제위기 경고 속에 ‘제2 외환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가계는 고금리와 부채에, 기업은 글로벌 새판 짜기와 시계제로 상황에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정치는 정쟁(政爭)에 날 새는 줄 모른다. 공직사회가 제 역할을 해줘야 할 때다. 외환위기와 카드사태, 그리고 글로벌 금융위기 때 그렇게 나라가 버틸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묵묵히 맡은 바 일을 해나가는 공복(公僕)이 필요하다. 관세청의 우직한 우공이산(愚公移山) 행보가 돋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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