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은 11일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맺었다고 밝혔다.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 53.3%와 허 사장 등 2인이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 아이엠지테크놀로지의 신주인수권을 2조7000억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인수 주체는 롯데케미칼이 미국에 신설한 롯데배터리 머티리얼즈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로 단숨에 글로벌 동박 기업으로 도약하게 됐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동박 시장에서 일진머티리얼즈는 13% 점유율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는 22%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SK넥실리스다. 중국의 왓슨(19%)과 대만의 창춘(18%)이 각각 글로벌 2, 3위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M&A를 검토해왔다”며 “올 들어 금리 인상 등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협상 과정에서 여러 차례 위기도 있었지만 롯데의 강한 사업 의지로 거래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자금 부족 등으로 증설에 어려움을 겪던 일진머티리얼즈를 롯데케미칼이 인수하기로 하면서 점유율 경쟁이 한층 더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2차전지 글로벌 1위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SK넥실리스에 70%를 의존하고 있는 동박의 조달처를 일진머티리얼즈 등으로 다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1일 일진머티리얼즈 주가는 전일 대비 5.19% 오른 5만6800원에 장을 마쳤다. 롯데케미칼 주가는 0.33% 하락했지만 코스피지수가 1.83%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시장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SK넥실리스 모회사인 SKC 주가는 9.29% 폭락했다. SKC는 회사의 모태이자 캐시카우인 필름사업을 한앤컴퍼니에 매각하고 동박사업에 ‘올인’하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과 수익률이 함께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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