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구·창업이 하나로 연결된 '뉴 얼라이언스' 필요"

입력 2022-10-11 18:04   수정 2022-10-12 01:14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의 켄들스퀘어엔 바이오 벤처만 집중 육성하는 랩센트럴이 있다. 암 정복을 목표로 삼은 바이오 스타트업만 수십 개다. 모더나 공동 창업자인 로버트 랭거 교수도 이곳에서 인류를 또다시 위험에 빠뜨릴 또 다른 바이러스와 사투 중이다. 랩센트럴엔 세계에서 몇 대 없는 고가의 연구 장비가 수두룩하다. 세포배양액을 자판기에서 뽑아 쓸 수 있을 정도다. 서울대 공대 교수진은 “교육과 연구, 창업이 모두 하나로 연결된 집중형 생태계가 전략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부, 기업, 대학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할 것 같다.

▷홍유석 공대학장=“기존 산학협력과는 다른 ‘뉴 얼라이언스’가 필요한 때입니다. 특히 기업과 대학이 인적자원을 활발히 교류할 수 있어야 해요.”

▷조규진 기계공학부 교수=“요즘 실리콘밸리에 가면 중국의 빈자리가 꽤 크다. 예전엔 중국 기업들이 뭐든 만들어줬다. 로봇 시제품 같은 것들 말이다. 이 공백을 한국의 강소 제조업체들이 메울 수 있다. 문제는 연결해줄 테크 코디네이터가 우리에겐 없다는 것이다. 정부가 만날 기술만 개발하라고 하지,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을 양성하는 일은 등한시했다. 메이저리그로 치면 스카우터가 없다는 얘기다.”

▷주한별 컴퓨터공학부 교수=“인공지능(AI) 쪽은 미국, 중국과 비교하기는 힘들어도 원래 우리보다 앞서 있던 영국, 독일, 프랑스 등과는 충분히 겨뤄볼 만한 수준이다. 다만 정부가 지나치게 ‘한국형 AI’를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폐쇄적인 접근으로는 세상을 주도할 수 없다.”

-결국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 가장 중요해 보인다.

▷김태현 컴퓨터공학부 교수=“양자컴퓨터만 해도 하드웨어는 미·중이 앞서 있지만 아직 어떤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정의(definition)에 관한 소프트웨어 분야는 우리가 해볼 만한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 ”

▷김상범 재료공학부 교수=“정부가 반도체만 강조하면 차세대 반도체 소자 등에서 뒤처질 수 있다. 미국엔 미래 반도체 소자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꽤 많다. 우리는 AI 반도체 설계는 있어도 소자 쪽으론 스타트업이 아예 없다. 이들을 육성하려면 고가의 연구 장비가 필요한데 정부도, 기업도 신경 쓰지 못하고 있다.”

▷최장욱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미국의 유명 대학에서 창업한 차세대 배터리 회사가 4개다. 한국은 대기업 중심이어서 벤처가 자생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차세대 배터리 스타트업은 아이디어는 좋지만 실제로 제조할 수 있을지엔 의문부호가 많이 붙는다. 우리는 거꾸로다. 괜찮은 아이디어만 나오면 배터리 대기업들의 제조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 역할이 필요한 영역이다.”

▷조용채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에너지야말로 기술 주권의 핵심이다. 일본, 중국만 해도 작년까지 광산 등 에너지 분야에 엄청나게 투자했다. 한국은 유럽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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