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요크타운하이츠에 들어선 IBM 왓슨리서치센터에서 만난 스콧 크라우더 IBM 양자상용화·비즈니스개발 부문장(부사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세계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기업 중 하나인 IBM의 경영진이 양자 우위 시대로 2023년을 공식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자컴퓨터는 양자물리학의 원리를 적용한 초고성능 컴퓨팅 기술이다. 현재의 슈퍼컴퓨터로 수만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난제를 순식간에 풀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런 관점에서 크라우더 부사장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 “회사에서 가장 멋진 일을 하고 있다”며 강한 자긍심을 보였다. 그는 “공상과학(SF) 소설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일을 현실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0 또는 1’ 단위의 비트로 계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이면서 1’을 의미하는 큐비트를 이용해 정보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인다. 큐비트가 한 개 늘어나면 양자컴퓨터 성능은 두 배로 증가한다. 1000큐비트와 100큐비트는 ‘2의 900거듭제곱’만큼의 천문학적인 성능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IBM 왓슨리서치센터에서는 내년 12월 1121큐비트의 콘도르 프로세서를 선보일 예정이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양자 우위 시대를 위해서는 1000개 이상의 큐비트와 0.01% 이하의 낮은 오류율, 1초 이하 단위의 빠른 연산 속도를 갖춰야 한다”며 “IBM은 세 항목에서 모두 목표를 달성해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자컴퓨터는 인류의 난제를 해결하는 도구인 동시에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사용하는 암호 기술을 쉽게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더 부사장은 한국 정치인과 기업인을 위한 조언을 구하자 이같이 답했다.
“양자컴퓨터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축복인 동시에 위협이다. 위험은 미래에 있지만 위험 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뉴욕=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