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노벨경제학상 수상에 엇갈린 시선…"2008년 위기극복 구세주" vs "인플레 원죄 있다"

입력 2022-10-11 18:02   수정 2022-10-12 01:18

국내외에서 벤 버냉키 전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렸다. Fed 의장으로서 양적완화(QE)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제2의 대공황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구세주’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현재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원죄’가 그에게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11일 BBC에 따르면 올리비에 블랑샤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는 SNS에 “금융위기가 왔을 때 그의 행동이 없었다면 경제는 훨씬 더 붕괴했을 것”이라며 “그는 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글을 남겼다.

반면 인도의 억만장자이자 조호테크놀로지 최고경영자(CEO)인 스리다르 부두는 “버냉키 전 의장은 자신과 다른 은행 총재들이 주도한 잘못된 통화정책으로 세계 금융 시스템이 (다시 한번) 긴장하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며 “지금은 중앙은행과 노벨경제학상의 파산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2006년부터 2014년까지 Fed 의장을 지내면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방수’를 자처했다. 미국의 기준금리를 ‘제로(0)’로 떨어뜨리고, 단기국채를 발행한 자금으로 장기 국채를 사들이는 등 2조달러 규모의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돈풀기’가 자산 가격 급등을 자극하고 인플레이션의 주범이 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국내에서도 평가가 엇갈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버냉키 전 의장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한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버냉키 전 의장은 금융위기를 수습한다는 명분 아래 엄청난 양적완화를 주도했다”며 “지금 인플레이션의 빌미를 만들었다는 논란이 있는 그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난센스”라고 지적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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