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기간 동안 나스닥이 5% 가까이 빠지는 등 미국 증시는 약세를 이어갔다. 미중 갈등 및 영국발 금융불안이 부각되면서다. 경기침체 우려도 다시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 역시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요 종목의 약세가 예상된다.
■ 국내 증시 투심 위축 불가피
11일 국내 증시는 연휴 기간 동안 발생한 미국 고용 호조, 러시아-우크라이나 확전 우려, 영국발 금융불안 등을 일시에 반영하면서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나스닥이 견고한 고용보고서 여파로 전 거래일 3.8% 급락한데 이어 10일 1.04% 하락한 점은 국내 증시 투자심리 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연휴기간 10% 가까이 급락한 점은 관련 종목에 대한 투자심리 위축을 부추겨 지수 하락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NDF 원달러 환율 1개월물은 1428.60원으로 이를 반영하면 원달러 환율은 15원 상승 출발, 코스피는 1.5% 내외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상당수 악재가 시장에 반영돼 있다는 점에서 낙폭이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급락했다는 점은 지난 8일 3분기 부진한 실적 발표에도 견조한 주가흐름을 보였던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의 투자심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투자심리가 많이 훼손된 상태이긴 하지만, 증안펀드(예상 약 0.8~0.9조원) 가동 이슈가 본격 논의되고 있는 만큼 장중 관련 뉴스에 따라 증시 흐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예상했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는 "만일 증시가 급락해 전저점을 하회한다면 증안펀드가 바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수급 안전판 역할을 해줄 변수가 있는 만큼 현 지수대에서는 내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 중심으로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나스닥 연휴기간 5% 가까이 하락
10일(현지시간) 다우존스지수는 전장보다 93.91포인트(0.32%) 하락한 2만9202.88로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27.27포인트(0.75%) 밀린 3612.39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110.30포인트(1.04%) 떨어진 1만542.10으로 장을 마감했다.
지난주 후반 발표된 9월 고용이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긴축이 중단되거나, 긴축 속도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사그라들었다. 달러화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습 소식에 또다시 상승했다. 반도체 관련주들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기술 수출 제한 소식 여파가 이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국내 연휴기간(미 증시 2거래일) 동안 다우는 2.42%, S&P500은 3.53%, 나스닥은 4.8% 하락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11월 FOMC까지 이어질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연저점 테스트를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한편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1.51달러(1.63%) 하락한 배럴당 9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 시진핑 3연임...中 경제 운명은
중국 본토 증시는 지난주 국경절 연휴로 휴장한 뒤 10일부터 다시 개장했다. 지난 9월 상하이종합지수는 5.5%, 선전성분지수는 8.8% 하락했다.
오는 16일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열린다. 이전 당대회를 앞두고 나타났던 상승세가 다시 재현될지 주목된다. 14일에는 9월 수출입과 물가지수가 발표된다. 중국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7월 18.1%에서 8월 7.1%로 급락했다. 9월 예상치는 4.8%다. 주요국 수요 약화로 4분기에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은 7월 2.7%에서 8월 2.5%로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9월에는 돼지고기값 등이 상승해 2.8%로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 英 안정조치에도 채권금리 다시 급등
영국 재무부와 중앙은행이 투자자 신뢰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추가 조치를 발표했지만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당장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재무부는 10일(현지시간) 예산안과 중기재정전망이 이달 31일에 발표된다고 밝혔다. 당초 정부 중기 예산과 독립기구인 예산책임처(OBR)의 중기재정전망을 11월 23일에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3주 이상 앞당긴 것이다.
이에 파운드화 가치가 달러 대비 역대 최저로 추락하고 채권금리가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은 요동쳤고 재원 조달계획을 빨리 발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예산발표에 OBR의 재정전망이 동반되지 않은 것은 처음이었다. 재무부가 일정을 조정함에 따라 11월 3일 중앙은행 금리결정 전에 정부의 수입·지출 계획과 그에 대한 OBR의 평가가 나오게 됐다.
BOE도 이번주 긴급채권매입 종료를 앞두고 이날 오전 추가 시장안정조치를 내놨다. 연기금이 담보 채권 가치 하락에 따라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지 않도록 지원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채권시장 투매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국채 금리는 지난달 BOE가 개입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68%로 0.29%포인트 뛰었고 20년 만기 국채 금리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10년 만기 물가연동채 금리가 연 1.24%로 0.64%포인트 뛰었다. 1992년 이후 최대 폭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 다이먼 "향후 6~9개월 안에 미국 침체"
미국 대형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내년 여름이면 세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계속 오르는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미 중앙은행의 양적긴축 불확실성이 잠재적 침체의 신호들이라고 다이먼 JP모건 CEO는 10일(현지시간) CNBC방송과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를 (침체로) 밀어 붙일 매우 매우 심각한 것들"이라며 "유럽은 이미 침체에 빠졌다. 이 심각한 것들이 미국을 앞으로 6~9개월 안에 일종의 침체에 빠뜨릴 것 같다"고 밝혔다.
다이먼은 S&P500이 현재 수준에서 "20%는 쉽게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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