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와의 동행' 앞세운 오세훈 서울시장(사진)이 지난 8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았다. 안심 소득,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등 오 시장의 '업적'으로 남을 수 있는 정책과 함께 스토킹 피해자 보호 대책 등 시의성 있는 대응을 보여주며 여권 내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다만 쓰레기 소각장 관련해 주민들과의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문제 해결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도 맡게 됐다.
일단 시작은 나쁘지 않다. 그간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한계점으로 꼽혔던 재산, 소득 기준을 완화해 사각지대를 줄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여전히 신청주의에 따랐다는 점은 실제 사업을 진행할 때 보완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 만드는 것도 오 시장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오 시장은 지난 8월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서울시가 함께 키워준다는 콘셉트의 정책이다. 앞으로 관련 정책에 5년간 14조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36개월 이하 영아를 조부모 등에게 맡기면 최대 12개월간 매월 30만원의 돌봄 수당을 준다. 서울형 모아어린이집, 서울형 키즈카페 등도 도입한다.
지난달에는 국무회에에 참석해 외국인 육아 도우미 정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 뿐 아니라 전국을 관통하는 의제를 선점하는 동시에 젊은 층의 관심과 지지를 얻는데 긍정적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오 시장은 "홍콩과 싱가포르는 1970년대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며 "장기적인 저출산 추세를 뒤집지는 못했지만, 한국과 비교했을 때 출산율 내림세는 둔화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스토킹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 전국 최초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 지원 종합대책'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전국 최초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시설 3곳을 조성해 이르면 이달 중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달 서울 신당역에서 순찰 근무를 하던 서울교통공사 직원이 스토커였던 전준환에게 목숨을 잃은 후에는 역무원과 지하철 보안관에 대한 사법권 부여를 검토하는 등 관련 대책도 추가했다.
용산정비창을 국제업무지구로 만들겠다는 계획과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도시개발도 적극적이다.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한 '대심도 빗물 배수시설'도 10년 만에 다시 추진한다. 2032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가장 큰 당면 과제는 자원회수시설(쓰레기 소각장) 건립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마포구를 소각장 신규 입지로 선정했지만 심각한 반대에 부딪혔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오 시장의 정치력이 판가름 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조영민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내 일이라는 책임감과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주민들을 설득해야 한다"며 "임기응변식 대응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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