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27년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지난 4일 발표했다. 반도체 안의 회로 간격(선폭)을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인 1.4㎚로 만들겠다는 뜻이다. 1.4㎚ 공정 양산 시기를 공개한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은 차별화한 기술력으로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을 주도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반 기술인 반도체산업이 경제의 성장판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미도 있다.
삼성전자는 첨단기술의 선제적 적용으로 메모리 분야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전략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2021년 10월 EUV 공정을 적용한 14㎚(나노미터·1㎚=10억분의 1m) D램 양산을 발표하며 경쟁사를 압도하는 기술력을 확인했다. 또 14㎚ D램 생산에 EUV 장비를 활용하는 레이어(layer)를 5개로 확대, ‘멀티 레이어’ 공정을 최초로 사용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엔 “5세대 10나노급(12나노미터) D램을 2023년 양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 주력인 4세대 10나노급 대비 선폭(반도체에서 전자가 지나다니는 회로의 폭)이 2㎚ 이상 줄어든 제품이다. D램은 수억 개의 셀(데이터 저장공간)로 구성돼 있어 1~2년 만에 선폭 1㎚를 좁히는 것도 쉽지 않다. 삼성전자가 한 세대 만에 2㎚ 줄이겠다고 발표하자 업계에선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란 평가가 나왔다.
D램과 함께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는 낸드플래시에선 “2030년에 1000단 V낸드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낸드플래시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에 활용되는 데이터 저장용 반도체다. 용량을 늘리기 위해 셀을 고층빌딩 올리듯 수직으로 높이 쌓는 경쟁이 치열하다. 현재 주력 제품인 170단 대보다 약 6배 높은 제품의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역할을 하는 시스템LSI사업부는 자체 브랜드 제품인 엑시노스 중흥에 나선다. 전자기기의 두뇌 역할을 하는 통합칩셋(SoC) 사업에선 인공지능(AI) 연산, 통신 등의 기능을 향상하는 데 주력한다. 미국 유명 업체 AMD 등과 협업해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도 끌어올릴 계획이다.
카메라의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와 관련해선 현존 최대 화소인 2억 화소 제품을 공개했다. 자동차용 SoC ‘엑시노스 오토 V920’ 등의 신제품도 선보였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사장)은 “인간의 기능에 근접한 성능을 제공하는 최첨단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업계 선두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 파운드리 공정 기반의 양산을 시작했다. 3㎚ 공정은 반도체 제조 공정 가운데 가장 앞선 기술이다. 차세대 트랜지스터 구조인 GAA 신기술을 적용한 3㎚ 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는 전 세계 파운드리 업체 중 삼성전자가 처음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3㎚ 공정의 고성능 컴퓨팅(HPC: high-performance computing)용 시스템반도체를 초도 생산한 데 이어 모바일 SoC 등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삼성 파운드리 포럼 2022’를 열고 팹리스 고객·협력사·파트너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기술과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기술 혁신 △응용처별 최적 공정 제공 △고객 맞춤형 서비스 △안정적인 생산 능력 확보 등을 앞세워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GAA 기반 공정 기술 혁신을 지속해 2025년에는 2㎚, 2027년에는 1.4㎚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한 HPC, 오토모티브(차량용 반도체), 5G, 사물인터넷(IoT) 등 고성능 저전력 반도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2027년까지 모바일을 제외한 제품군의 매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키워갈 예정이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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