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로봇·자율주행·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을 필두로 한 전방위적인 현대자동차그룹의 혁신이 주목받고 있다. 인류의 자유로운 이동과 연결이 가능하도록 모빌리티 산업의 영역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유무선 통신 통합제어기(CCU)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성과를 인정받아 협업부문 상을 받았다. CCU는 차량 내·외부 연계와 데이터 전달을 위한 장치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커넥티드 카 서비스, 차량 데이터 수집 등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현대차그룹과 협업한 소나투스는 실리콘밸리 기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으로, CCU 내 주요 모듈을 공동 개발했다. CCU는 제네시스 GV60와 G90에 처음 적용됐고, 향후 다양한 모델로 확대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수상은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된 차량을 의미하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SDV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차량의 통신을 관장하는 CCU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현대모비스도 이번 페이스 어워드에서 아시아 부품사 중 유일하게 ‘주목할 만한 선행기술상’을 수상했다. 좌우 뒷바퀴가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독립형 후륜 조향 시스템의 혁신성이 높이 평가됐다. 현대모비스의 독립형 후륜 조향 시스템은 약 2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올해 개발에 성공한 기술이다. 조향 시스템과 이를 제어하는 제어기, 소프트웨어 로직이 기술의 핵심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기술은 현재 상용화 수준의 세 배가 넘는 성능을 자랑한다. 이 기술이 적용되면 차량이 회전 시 선회반경을 25% 가까이 줄여 고속주행으로 회전할 때 안전성과 승차감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 도로 폭이 좁거나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은 국내와 유럽 시장에서도 유용할 전망이다.
이런 성과는 기술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현대차그룹의 꾸준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지난 4월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주관하는 ‘2022 세계 자동차산업의 위대한 파괴적 혁신가들’ 시상식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총 6개 부문 중 3개 부문을 차지하는 저력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올해의 선구자’(Visionary of the Year) 부문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선정됐고, ‘올해의 R&D팀’과 ‘올해의 파워트레인 진화’ 부문에선 현대차그룹 아키텍처개발센터와 전동화개발담당이 각각 뽑혔다.
지난 8월 현대차그룹은 AI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로봇 AI 연구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3개사가 총 4억2400만달러(약 6000억원)를 출자하며, 로보틱스 분야에서 AI 역량을 꾸준히 확보해온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분을 투자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작년 6월 미국의 로봇 선도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또 현대차그룹은 지난 6월부터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로보라이드’ 시범 서비스를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부 지역에서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레벨4 자율주행차가 더욱 넓고 복잡한 교통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동 공간을 하늘로 확장하는 항공 모빌리티의 대중화 기반도 다지고 있다. 항공 모빌리티는 현대차그룹의 지향점인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이란 인류의 꿈을 실현하는 중요한 축이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AAM 상용화 목표를 위해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AAM은 기존 개념인 UAM(도심항공모빌리티)에서 한발 나아가 RAM(지역항공모빌리티)까지 포괄하는 단어다. UAM이 도심 내 운행되는 교통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다면 RAM은 주요 도시·지역 거점 간 이동의 영역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AAM 법인명을 슈퍼널(Supernal)로 확정하고, 안전한 기체 개발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혁신의 토대가 될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 네트워크 강화에 더욱 힘을 쏟겠다”며 “개방형 플랫폼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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