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국감 총출동한 은행장들 "횡령사고 죄송, 조직문화 바꿀 것"

입력 2022-10-11 16:38   수정 2022-10-11 16:39


최근 은행권에서 횡령사고가 연이어 터진 데 대한 국회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5대 시중은행장들은 "직원들의 윤리 의식, 조직문화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라며 "개선하는데 힘쓰겠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한 5대 은행장들은 양정숙 무소속 의원이 '주요 시중은행에서 몇 년 째 연이어 횡령사고가 발생하고 있는데 방치할 것인가'라는 비판에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국민들께 심려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현재의 은행 내부통제 기준으로는 횡령사고 재발을 막기 어려울 듯 하다"고 지적하자, 은행장들은 "횡령사고의 본질은 제도의 문제라기 보다 행원들의 직업의식, 조직문화의 문제가 더 큰 것 같다"며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에도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직원들의 의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미진한 부분이 많다"며 "직원 윤리의식을 고취시키고 점포 간 상호 감시를 강화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더 유효하게 발동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횡령 사고가 일어나면 예방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프로세스 개선도 해보고 업무도 분리하지만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어 죄송하다"며 "제도 개선보다 조직의 문화가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는 만큼 직원 윤리의식, 고발의식, 경각심 등을 더 고취시킬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리스크 있는 직무는 순환근무를 하고 고위험 직무에 대해선 견제와 균형을 맞추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부족하다"며 "최고경영자(CEO)인 제가 관심을 더 갖고 내부통제 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은행권의 횡령사고 등이 연이어 터진 데 대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금융사 내부통제 강화 내용이 지점 단위 뿐 아니라 최고경영진의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될 수 있도록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내부통제 전담 인력, 비용을 금융사들이 자의적으로 분류했는데 저희가 갖고 있는 기준과 수치에 많이 못 미친다"면서 "단기적으로 내부통제 비용을 분류할 수 있는 기준을 잡고, 금융사들이 어떻게 실제로 분류했는지 점검한 후 실제로 내부 문제를 잡기 위해 비용을 얼마나 쓰는지 선진국 기준에 비춰 파악하는 걸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원장은 은행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이 낮아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은행들과 개선책을 마련해보겠다"고 답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대출자가 재산 증가, 개인신용평점 상승 등 상환 능력이 회복됐을 때 금융사에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은행장들도 "금리인하 요구권은 고객의 가장 큰 권리 중 하나"라며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과 적극 협조하여 국민들이 부당함을 덜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의 점포 축소로 인한 금융접근성 악화 문제에 대해선 "고령층과 비수도권의 경우 점포 폐쇄가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며 "고령층의 금융접근성을 좀 더 고려하고 지방의 경우 지점 폐쇄 더 신중히 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정무위 금감원 국감에는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진옥동 신한은행장,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성호 하나은행장이 참석했으며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개인적인 사유로 불참해 임동순 수석부행장이 대신 참석했다. 5대 은행장이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것은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이다.

채선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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