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간식’으로 여겨졌던 젤리의 위상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젤리 소비 연령대가 확대되면서 업계에서는 ‘껌은 지고 젤리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주요 판매채널인 편의점에서 껌은 젤리 성장세에 밀려 목 좋은 매대를 내준 지 오래다.
글로벌 젤리 시장은 ‘하리보’가 이끌고 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독일의 가족기업 하리보는 한국에 2014년 진출해 2년 뒤인 2016년부터 지금까지 구미젤리 부문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왔다. 이 회사가 “한국인 입맛이 궁금하다”며 우리나라에 자회사를 세우기로 했다.
한국 시장에서 하리보 입지가 점차 커지자 하리보 본사는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전문 마케팅팀과 세일즈팀을 꾸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을 본격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코스타스 블라초스 하리보 해외사업 총괄 책임자는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그간 한국 시장은 싱가폴 소재의 아시아 시장 총괄부서에서 담당해왔다”며 “한국시장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자회사를 세워 대응해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K팝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의 중심지에서 소비시장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겠다는 것이다. 한국 법인을 설립하더라도 제품 유통은 기존 수입원인 삼경프라자가 맡는다.
코스타스는 터키,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캐나다 사업을 총괄하는 인물로 연 4회 이상 주기적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코스타스는 “한국은 하리보에게 중요한 시장이기에 경영진으로서 주의를 많이 기울이고 있다”며 “이곳은 소비자들의 반응이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새로운 제품에 대해 저항도가 낮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중요도가 커진 만큼 광고 기획과 제작이 모두 한국에서 이뤄지는 ‘한국 전용’ TV 광고도 내년 1월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제작에 돌입한 상태다. 하리보는 동일한 광고영상을 진출 지역 언어들로 더빙해 TV광고를 내보내고, 중요한 시장은 전용 광고를 제작해 송출한다.
이런 논리로 코스타스는 어린이 뿐만 아니라 성인들까지 하리보의 고객이 될 수 있다고 봤다. 하리보가 102년의 역사를 갖고 있기에 성인들에게 유년시절의 추억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타스는 “5세부터 100세까지 동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리보의 제품에 열광할 것”이라며 “전 연령층에게 브랜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은 타 브랜드와의 큰 차별점”이라고 밝혔다. 하리보에 따르면 서유럽, 미국, 일본 등 고령화가 진행중이거나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든 시장에서도 젤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중이다.
코스타스는 13일부터 인사동서 진행되는 ‘하리보 골드베렌(곰 캐릭터) 탄생 100주년 기념 전시’ 개막식을 참관한다. 이 전시는 전시기획사 ‘피플리’가 3년 전부터 준비한 프로젝트다. 하리보를 주제로 미디어아트를 포함해 하리보 젤리의 제작 과정, 창립자 한스 리겔에 대한 정보 등이 전시돼있다. 미디어아트존에는 ‘정글에서 뛰어노는 젤리’를 컨셉으로 공룡, 해피체리, 버섯 등 젤리로 형상화된 자연물을 영상 곳곳에 배치했다. 전시 관계자는 “공장에서 틀에 찍혀 나오는 젤리의 인공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고자 기획했다”고 밝혔다. 하리보가 전시회를 주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 달이면 누적 방문객 수가 15만 명에 이를 것으로 주최측은 예상했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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