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산 광물로 IRA 대응…한·칠레 FTA는 추가 협상

입력 2022-10-12 08:34   수정 2022-10-12 08:37

한덕수 국무총리가 11일(현지시간) 가브리엘 보리치 폰트 칠레 대통령과 만나 '지속가능한 광업 및 밸류체인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한 총리는 이번 MOU로 한국 기업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칠레산 리튬과 구리 등을 활용하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에 상당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칠레·우루과이·아르헨티나 등 남아메리카 3개국을 순방 중인 한 총리는 이날 첫 순방국인 칠레 산티아고 모네다궁(대통령궁)에서 보리치 대통령과 MOU 체결을 마친 후 한국 기자들과 만나 "광물 협력은 경제안보 차원에서 굉장히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국과 칠레는 한 총리와 보리치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지속가능한 광업 및 밸류체인 협력', '한-칠레 농업 과학기술연구협력', '한-칠레 민주적 대화' 등 MOU 3건을 체결했다. 한 총리는 "(이번 MOU는) 한 마디로 한국의 라틴아메리카 시장 진출 교두보라고 생각한다"며 "경제안보 차원에서 핵심이 되는 광물 등 자재에 대해서도 칠레에 더 투자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광해광업공단과 칠레 광물공사가 서명한 광업 협력 MOU에는 양국이 리튬 등 핵심 광물을 탐사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발굴하고, 제련소 현대화 등에 관한 공동 연구 개발을 추진하는 내용이 담겼다.

MOU 체결은 한국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대응해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핵심 원재료의 공급선을 다변화하려는 포석이다. 칠레는 전략광물인 리튬 보유량 세계 1위, 생산량은 세계 2위에 달하는 광물자원 부국이다.

칠레는 리튬을 전략적 광물로 생산하고 개발, 활용, 재활용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만들고자 일종의 '리튬 공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칠레 광물공사가 이를 주도할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번 MOU 체결로 한국광해광물공단이 칠레 광물공사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정부 관계자는 설명했다.

한국 농촌진흥청과 칠레 농업부가 맺은 농업 과학기술연구협력 MOU는 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 필요한 과학기술 기반 농업 연구와 탄소중립 관련 기술 연구에 힘을 합치는 내용이 들어갔다. 한국과 칠레 외교부는 인권, 민주주의 등 보편가치에 기반한 양국관계의 발전 방향을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한 민·관 협의체를 정례화하자는 내용의 민주적 대화 MOU도 맺었다.

이번 면담에서 한국과 칠레 양국은 양국 관계를 2004년에 수립한 '포괄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18년 만에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한 총리는 이와 관련 "교역도 더 심화시키고, 기후변화 대응 등 새로운 도전도 같이하고, 민주주의도 전 세계에 널리 떨치도록 같이 해보려 한다"며 "칠레를 남미 파트너로서 확고하게 하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이번 면담에서 지난 2004년 체결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개선 협상도 연내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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