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횡보를 이어 나가자 최근 들어 금과의 동조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와 주목받았다. 암호화폐 마켓 데이터 플랫폼 카이코(KAIKO)는 비트코인과 금 가격의 상관관계 지수가 0.3을 기록해 최근 1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가격이 2만달러 선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경기 불확실성 시대에 금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커지는 모양새다. 우선 Fed의 금리인상 기조가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매월 8%를 웃도는 데다 예상치마저 넘어서고 있다. Fed는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출 때까지 금리인상을 이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혔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건 금리인상의 종료 시점이다. 금리인상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야 위험자산에 대한 회피현상이 끝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7일 비트코인은 2만달러가 잠시 무너졌다. Fed 인사들이 잇달아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근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고 있다는 증거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4일에는 반대로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밑돌며 금리인상이 연말로 끝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제기되자 비트코인이 1만9000달러에서 2만달러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시장이 Fed에 따라 흔들리는 가운데 선물 거래가 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가상자산 리서치 회사인 아캐인의 베틀 룬데 분석가는 “2만달러에서 오가는 동안 선물 거래량이 늘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에 상당히 취약해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더블록 리서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바이낸스, 바이비트 등 주요 거래소 내 비트코인(BTC) 선물 거래량이 1조5000억달러를 기록해 한 달 만에 1조달러를 회복했다.
싱가포르 암호화폐 운용사인 스택펀드의 매슈 딥 최고운영책임자는 “추가 하락이 분명해 보이지만 15~20% 이상 떨어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전망했다. 2018년과는 달리 상장지수펀드(ETF)와 파생상품이 생기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진입했기 때문에 변동성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투매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바닥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마커스 틸렌 메이트릭스포트 전략 헤드는 “장기투자자들이 보유 물량을 넘기지 않고 있어 단기투자자들의 이탈이 큰 폭의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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