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친구를 위한 옷’을 만들겠다면 시작한 브랜드가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아미의 창립자이자 크리에티브디렉터(CD) 알렉산드로 마티우시(42·사진)가 한국 패션쇼를 위해 3년 만에 방한했다.
2011년 ‘편한 옷’을 모토로 출시한 아미는 매출 674억원의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 9월까지의 국내 매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60%에 이를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국내에서는 빨간 하트에 알파벳 A의 단순한 로고로 20~30대 남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마티우시 CD는 패션쇼가 열리기 전 기자와 만나 “‘아미’는 프랑스어로 친구라는 의미”라며 “친구들의 일상 속에서 입을 수 있는 따듯하고 친근한 브랜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미는 2011년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독점 수입한 뒤 규모가 빠르게 커졌다. 그는 “인천공항에 도착했을 때 아미의 하트 로고가 새겨진 옷을 입은 한국인을 여럿 봤다”며 “삼성물산과 협업이 시너지 효과를 이뤄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매출 규모가 단기간에 커지면서 고민거리도 늘었다. 그는 “팀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다뤄야 하는 부분이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행복하게 일을 하는 것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고 했다.
아미는 지난 11일 3년 만에 첫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서울패션위크에 참석해 광화문 육조거리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경복궁이 바로 보이는 자리에 검은색 타일로 런웨이를 설치했다. 관객들의 자리는 한국의 전통 옻칠 공예로 제작된 나무 스툴을 배치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모습으로 꾸며졌다.
그는 “광화문 뒤편으로는 고궁이 있어 전통을 볼 수 있고 앞으로는 고층 건물이 줄지어 있어 현대적인 느낌을 담을 수 있다”며 “도시의 전통과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곳이라 광화문 광장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아미는 지난 프랑스 몽마르뜨 대성당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전통과 현대를 아우를 수 있는 장소를 찾고 있다.
이번 패션쇼에 등장한 2022년 가을·겨울 상품과 관련해선 “‘퍼 재킷’이 다양한 색상 덕분에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스웨터와 청바지, 신발 등 아미의 시그니처 제품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파리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각각 개성이 넘치는 스타일 보면서 영감을 받는다”며 “일상의 좋은 경험들이 영감이 되고 디자인으로 연결된다”고 했다.
패션산업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크게 달라졌다. 마티우시 CD는 “작년에는 온라인 쇼핑이 늘면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다시 과감해지는 패션 트렌드에 따라 디자인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그는 패션을 ‘요리’라고 정의했다. 그는 “여러 재료를 사용해 요리하듯이 패션도 마찬가지”라며 “혁신적인 디자인보다는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옷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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