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12일 국정감사가 파행을 반복했다.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이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해 '종북 프레임'을 씌운 데 대해 야당이 사과를 요구하면서다.
발단은 윤 의원은 김 위원장에게 "윤건영이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수령님께 충성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나"라고 물어보면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1년 6개월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민주당 의원 윤건영이 종북 본성을 드러내고 있다. 윤건영은 주사파 운동권 출신이고, 반미 반일 민족의 수령님께 충성하고 있다'고 적었다.
저자세를 이어가던 김 위원장이 "그런 점도 있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하면서 논란에 불을 붙였다. 야당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동료 의원으로서 견딜 수 없는 모욕감을 느꼈다"라며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김 위원장을) 고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률에는 증인이 모욕적 언행으로 국회의 권위를 훼손한 때는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여당 의원들이 반발하자 윤 의원은 "답변을 듣고 나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라며 "대놓고 (저를) 간첩이라고 하는데 질의가 목구멍에서 넘어오나"라고 반박했다. 소란이 계속되면서 감사가 중지되기도 했다. 감사 재개 후 김 위원장은 "제 글을 읽어보니 윤 의원이 모욕감을 느끼실 수 있다고 생각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경사노위 위원장으로서 원만한 노사정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 제 언행을 보다 더 신중하고 사려깊게 할 것을 약속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야당은 모욕적 발언 자체에 대한 사과는 빠졌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진 의원이 "모욕적 인식을 개선하거나 바꿀 의사 없는 것으로 보이는바 고발 의결을 해 달라"고 요구했고, 김 위원장은 더 사과할 내용이 남았느냐는 질의에 "추가로 드릴 말씀은 없다"고 답했다. 이에 윤 의원은 "청년노동운동가 김문수가 어떻게 이지경이 돼 (나를) 종북으로 몰아붙이느냐"며 "저는 '종북 프레임'이 온당한가 묻고 싶다. (이에 대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국감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정회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 김 위원장은 야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불법 파업에 대해 정부가 민형사상 책임을 면제해주는 예는 없지 않느냐"는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없다. 이것은 현대 민법의 기본을 허물자는 내용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의 노동조합법 개정안이다.
김 위원장은 "노동조합의 노동권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로 존중돼야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재산권 또한 헌법에 보장된 권리"라며 "현대 민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재산권과 노동권 사이에 충돌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별 위원장과 만났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서는 진위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이 "민주노총 참여를 설득할 방안이 있느냐"는 질의에 김 위원장은 "어제 내가 민주노총 산별 위원장님과 만찬을 했는데, 내가 잘 아는 분이어서 허심탄회하게 협조를 요청하실 건 요청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달리 경사노위 주도의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비록 민주노총 본부는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지만, 민주노총의 산별·기업별 사업장을 아울러서 노사정 협의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이 같은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민주노총이 즉각 반박 논평을 냈다. 민주노총은 '그 뱀 같은 교활함이 자기 발목을 잡는다'는 제목의 논평에서 "어제 김문수 씨와 만나 만찬을 한 민주노총 산별 위원장은 없다. 국회 앞에서 거짓 증언·위증을 했다"고 일축했다.
이에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민주노총에 확인해보니 김 위원장을 만난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누구를 만났는지 설명해달라. 사실이 아니라면 위증의 죄로 고발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 산하 산별 위원장과 저녁 식사를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분의 동의 없이 밝히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봐서 밝히지 않겠다.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답했다.
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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