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분양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공공분양주택 분양가도 주무 부처 수장이 제시한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이뤄진 공공분양주택 입주자모집공고에서 사전청약을 포함한 최고 분양가는 8억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분양주택 가운데 분양가가 가장 높은 곳은 3차 사전청약지구에 포함된 과천주암 전용 84㎡로 추정 분양가는 8억8400만원에 달한다.
이 주택의 추정 분양가는 3분위 가구 소득 대비 18배를 넘어선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 2분기 3분위 소득은 월 490만8000원, 연 소득으로 환산하면 5889만6000원이었다. 중위소득 가구가 이 집을 마련하려면 18년 이상 분의 가구 소득을 전액 모아야 한다는 의미다.
앞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서울의 PIR이 18배에 이르러 금융위기 직전 8배보다 높고 금융위기 직후 10배보다도 지나치게 높다"고 강조한 바 있다. 원 장관은 "10배가 적정기준이라고 말하기엔 섣부른 면이 있다"고 덧붙였지만, 사실상 PIR 10배라는 기준을 제시한 셈이다.
PIR은 3분위 가구 연 소득과 3분위 평균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다. PIR 10배라는 원 장관의 기준에 통계청 집계를 대입하면 집값 상승기를 전제로 서울의 적정 중위 집값은 5억8896만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시장 상황은 원 장관의 인식과 큰 차이를 보인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9월 서울 평균 집값은 12억7624만원에 달했다. 무주택 서민의 내 집 마련 창구인 공공분양주택 분양가도 3분위 가구 연 소득 10배를 넘어선다.
가장 최근 서울에 공급된 공공분양주택은 LH가 지난해 12월 입주자모집공고를 한 영등포구 신길동 서울대방 신혼희망타운 사전청약이다. 이곳의 추정분양가는 전용 55㎡가 7억2400만원으로 3분위 가구 연 소득의 약 12.3배 수준이다.
서울 밖 분양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1~4차 사전청약 추정 분양가는 성남복정 전용 59㎡ 6억7600만원, 성남신촌 전용 59㎡ 6억8200만원, 고양창릉 전용 84㎡ 6억7300만원으로 책정됐다. 최고가인 과천주암을 제외하더라도 중위소득 가구가 12년 치 가까운 소득을 모아야 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신혼부부 특화형 공공분양주택인 신혼희망타운 추정분양가 역시 서울대방을 제외하더라도 성남복정 전용 55㎡ 6억4100만원, 과천주암 전용 55㎡ 5억9900만원 등 중위소득 가구의 연 소득 10배를 넘어선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인식과 실제 공공분양가 사이 괴리가 지나치게 크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토부가 분양가 산정에 직접 관여하진 않는다고 하지만, 공공분양 분양가가 18배에 달하는 상황에서 주무 부처 수장이 서울의 적정 PIR을 10배라고 말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적정 PIR 10배라는 인식을 바꾸거나 분양가를 낮추는 등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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