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지방대생은 어디로…"청년 패배감 담아내고 싶었다"

입력 2022-10-12 17:57   수정 2022-10-13 00:33

소설가 이기호(50·사진)는 10년 전 전남 나주시 남평읍, 드들강 인근 조그만 시골 마을에 작업실을 구했다. 편의점과 식당에서 마주치는 마을 청년들이 눈에 밟혔다. 이 작가는 “시골은 크리스마스이브에도 온통 깜깜하고 조용하다”며 “시골에 사는 청년들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게 됐다”고 했다.

최근 지방 청년의 현실을 다룬 소설집 <눈감지 마라>를 출간한 이 작가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방 청년 대부분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하고, 남아 있는 이들은 아르바이트조차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강원 원주 출신으로 한때는 지방 청년이었던 이 작가는 “지방은 내 감수성의 원천”이라고 했다. 그는 광주대 문예창작과 강단에서 지방 청년인 제자들을 매일 마주한다. 그는 “학교를 졸업한 제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안부를 묻듯이 소설을 썼다”고 했다.

소설집은 2017년부터 5년간 일간지에 연재한 엽편소설(짧은 소설)을 묶었다. 모두 49편을 모아놓고 보니 지방대 동기인 ‘박정용’과 ‘전진만’이 주인공인 장편소설처럼 읽힌다.

소설은 두 인물의 ‘웃픈(웃기고도 슬픈)’ 나날을 그린다. 지방대 졸업 후 학자금 대출 빚을 진 채 시작한 사회생활은 녹록지 않지만, 정용과 진만이 함께 현실을 버텨나가는 과정은 겨울날의 작은 온기처럼 애틋하다. 가난이 결국 두 사람을 갈라놓지만, 또 다른 인물들과 살붙이고 살게 한다.

이 작가는 인생의 복잡한 감정을 들춰내는 게 소설의 역할”이라며 “다만 두 인물과 같은 현실을 사는 청년들이 지금도 분명히 있을 것이어서 소설을 쓰는 과정도, 책을 낸 뒤에도 조심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섣불리 두 친구의 희망이나 성장을 말한 부분은 책으로 묶으면서 다 쳐냈어요. ‘내가 과연 지방 청년들의 마음을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나’ 고민했지만, 결국 책을 낸 건 지방 청년들의 삶을 이야기해야 우리가 함께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어른들을 향해서는 ‘이 청년들도 우리의 현실이니까, 눈감지 마라’고, 청년들을 향해서는 ‘부디 살아남으라’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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