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2일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유 중 하나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하면서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커질 수 있는 점도 빅스텝에 영향을 미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내년 1분기까지 5%대 물가가 지속될 것”이라며 “당분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장에서 최종금리(금리 인상 사이클의 정점)를 연 3.5% 수준으로 보는 데 대해선 “다수의 금통위원이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다”고 했다.
문제는 환율이 1400원대를 유지하면서 물가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환율은 지난달에만 7.6% 급등했다. 한은 분석에 따르면 환율이 1%포인트 오르면 물가는 0.06%포인트 상승한다. 이 총재는 이날 빅스텝 배경을 설명하면서 “원화 가치가 급격히 절하(환율 상승)된 것이 주요 요인이었다”며 “환율의 급격한 변화로 수입 물가가 올라 물가가 떨어지는 속도를 상당 기간 늦출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환율 상승 기대가 계속되면 자본 유출 가능성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한은의 빅스텝 영향 등으로 전날보다 10원30전 내린 1424원90전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한은의 빅스텝으로 한국 기준금리는 연 3.0%가 됐다. 한은이 올해 남은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11월)에서 0.25%포인트를 올려도 한·미 금리 차는 1.25%포인트가 된다. 만약 이번에 빅스텝을 밟지 않고 11월에도 0.25%포인트만 올리면 한·미 금리 차는 1.5%포인트까지 벌어진다. 이는 역대 최고 금리 차(1.5%포인트)다.
한·미 금리 차가 커지면 외국인 투자 유출을 자극할 수 있다. 이는 또 원·달러 환율 상승의 추가 요인이 된다. 이 총재는 “(빅스텝이) 한·미 정책금리 역전 폭 확대에 대한 우려를 완화해 외환부문 안정에도 일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과정에서 ‘경기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에둘러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두 달 전만 해도 한국은 내년에 잠재성장률 이상 달성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경기 침체를 일으켜 물가를 잡을 것이라고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전 세계 경기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환율, 물가 등을 고려할 때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금리 수준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을지 (금통위 내) 다양한 의견이 존재한다”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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