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에 급여를 청구하면서 건강보험에도 중복청구를 하거나, 산업재해를 은폐하고 건강보험을 청구하는 사례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자동차보험에 급여를 청구하면서 건강보험에도 중복 급여 청구를 하는 건수가 최근 5년 사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 청구액도 2020년엔 3억3914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아예 자동차보험 청구 건의 10~20%를 상습적으로 건강보험에 중복으로 청구하는 의료기관도 있었다. 서울 중구에 소재한 A 정형외과는 4638건의 자동차보험 급여를 청구하면서 574건(12.4%)을 건강보험에 중복 청구했다.
전북 익산시의 E 신경외과는 1721건의 자동차보험 청구 건 중 397건(23.1%)을 중복 청구했다.
문제는 자동차보험과 건강보험을 중복 청구한 게 적발되더라도 중복 청구 금액 환수 조치 외에는 별도의 제재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심사도 분기별로 진행하기 때문에 그사이에 의료기관이 폐업하면 환수가 불가능하다.
산재보험 부당 청구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매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자 승인 내역 등을 받아, 건강보험 급여 내역과 연계해 부당 청구를 적발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재해자 승인 내역이 없는 경우는 재해관련자의 진술, 119 구급활동 일지 등 자료를 종합해서 일일이 산재 여부를 파악하는 작업을 거쳐야 해 현실적으로 모든 산업재해 건을 걸러내기가 어렵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업무상 재해로 확인된 건강보험 급여액은 308억2100여만원에 이르렀다. 지난해에만 56억9600여만 원이 산재보험 대신 건강보험으로 청구된 것으로 집계됐다.
부당 청구된 급여 건수와 급여 실인원도 2019년 이후로 꾸준히 증가 중이다.
반복적으로 산재를 은폐하고 건강보험으로 처리한 기업도 있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산재를 건강보험으로 가장 많이 처리한 기업은 2032건의 산재를 건강보험 급여로 청구했다. 두 번째로 많이 청구한 기업의 청구 건수는 1785건이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급여액 환수 외에는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이에 한정애 의원은 “심평원은 자동차보험 심사 주기를 분기가 아닌 월 단위로 줄여 더 꼼꼼히 감독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건보공단도 산재 의사보고 제도 등 부당 청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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