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감에서 10대 마약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각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처벌과 치료 중 무엇이 먼저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심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처벌을 먼저 강화해야 젊은 층 마약 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진단하는 한편, 형사 정책과 의료계에서는 예방과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이에 청소년 마약 범죄가 법조·교육·의료계 등 다양한 분야가 맞닿아있는 만큼 정치권이 전문가들 의견을 잘 취합해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범죄심리 쪽에서는 '선 처벌 후 치료'를 강조하고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처벌과 검거가 먼저고 그 처벌의 대가가 치료"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온라인 불법 거래는 경로가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청소년들이 안 걸린다는 걸 안다"면서 "이전에는 성 착취, 음란물 정도였다면 이제는 마약, 약물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우려를 제기했다.
일부 청소년들은 약물 거래의 중간책 역할을 하며 경제적인 이득을 취해 청소년 마약 범죄의 심각성과 확장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함정 수사를 늘려야 한다"면서 "온라인 마약 조직 검거를 위한 수사가 필요하며 일단 검거하고 범죄가 수면 위로 떠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치료를 방어막으로 청소년 마약 중독을 비(非)범죄화 하는 순간 은밀한 마약 중독은 만연하게 될 것"이라면서 "찾아낸 다음에 처벌의 내용으로 치료를 부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부연구위원은 "(약에 중독된) 청소년들에게는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의무 교육 시간을 부여하는 등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최근 증가하는 펜타닐 중독 같은 경우에는 금단증상이 굉장히 심해서 (중독되면) 누군가로부터 일정 기간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서울 근처 주요 마약중독치료센터는 '경기다르크'와 '인천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 정도다. 두 곳 모두 대부분 성인 중심 마약 중독 치료 센터다. 정부가 운영하는 '청소년정신건강센터'도 음주나 인터넷 게임, 흡연 중심이어서 아동이나 청소년 약물 중독 치료의 사각지대를 채울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부연구위원은 "현재 서울에 있는 마약치료 센터는 성인 중심, 특히 40~50대 중심의 사회생활조차 할 수 없는 중독자들이 들어가서 살며 일상을 통제받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이들과 함께 생활하며 치료받기 어려운 곳"이라면서 청소년 전용 마약 치료 기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의료계도 예방과 치료 중심으로 시스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 6일 보건복지부 국감에 참고인으로 나선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 원장은 "경쟁사회에서 불행지수와 자살률이 높아 마약이 퍼질 토양이 갖춰져 있다"면서 "한 차례 손대면 지옥행인데 예방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천 원장은 급증하고 있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통한 마약 중독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은 다이어트, 우울증 치료를 목적으로 병의원에서 처방되고 있어 필로폰, 대마 등에 비해 구하기 쉽다는 점을 거론했다. 약학정보원의 약물백과에 따르면 향정신성의약품은 의존성이 높아 중단이 어렵고, 갑작스럽게 중단할 경우 불안, 환각 등 금단현상을 겪는다.
실제 마약류 의약품으로 중독성이 높은 '펜타닐'의 처방건수가 지난 5년 간 10대 이하는 연간 3000건 안팎, 20대는 연간 1만5000건 안팎을 기록 중이어서 '무분별한 처방' 논란이 국감에서 일었다. 펜타닐은 헤로인보다 100배 중독성이 강하고 과다복용 시 호흡 기능이 저해돼 사망할 수도 있어 의약품 관리 시스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천 원장은 "의사가 처방하는 중독 위험이 높은 약물에 접근하기 쉽다"며 "이 문제는 마약 확산으로 이어져 앞으로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시스템 개선을 촉구했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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