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중부고속도로 여주분기점(JC)에서 동남쪽으로 15㎞ 떨어진 여주위성센터. 거대한 흰색 안테나 반사판이 짙은 초록색 숲을 배경으로 멀리서부터 눈에 띈다. 한국 최초 달 탐사선(KPLO) ‘다누리’와 교신을 책임지고 있는 ‘심(深)우주안테나(KDSA)’다. 박덕종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다누리와 실시간으로 교신하며 탐사선의 자세를 제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우주안테나의 핵심인 주 반사판은 알루미늄 패널 500여 개를 겹쳐 만들었다. 각 알루미늄 패널 크기는 가로 70㎝, 세로 90㎝, 두께 3㎝가량이다. 설계한 곡면과 실제 완성품의 오차는 0.24㎜에 불과할 정도로 정밀하게 제작됐다. 전체 반사판 무게는 100t이 넘는다. 열에 의한 전파 잡음을 막기 위해 전체적으로 흰색 페인트가 두껍게 칠해졌다. 지지대 등을 포함한 전체 무게는 709.5t에 달한다. 전체 높이는 42.7m다.
주 반사판이 다누리로부터 받아서 모은 전파는 직경 3.5m 대형 스테인리스강 관을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다. 케이블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박 책임연구원은 “안테나의 안정적인 구동 각도를 확보하면서 데이터 손실도 막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파변환장치와 케이블 등을 안테나에 직접 연결할 경우 설비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전체 심우주안테나 운영시스템 제작에는 한컴인스페이스, 쎄트렉아이, 솔탑, 비욘디솔루션, 케이씨이아이 등이 참여했다. 케이씨이아이는 비행항법 하드웨어를 개발했다. 쎄트렉아이는 비행항법 소프트웨어를, 한컴인스페이스는 운영시스템 통합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심우주안테나는 다누리의 궤도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교신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 발사된 다누리호는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라그랑주점’까지 이동했다. 지난달 27일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155만㎞까지 이동한 뒤 현재는 지구를 향해 돌아오고 있다. 다누리는 매일 고해상도카메라(LUTI) 영상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하고 있다.
심우주안테나는 먼 거리에 떨어진 다누리와 교신하기 위해 10㎾급 고출력 증폭기를 사용하고 있다. 데이터 전송 속도를 기준으로 하면 1시간에 넷플릭스 700MB(메가바이트) 영화 4.5편을 다운받을 수 있는 속도다. 항우연 측은 “현재 다누리와 하루에 교신하는 데이터양은 명령 코드 길이 등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8.9GB(기가바이트) 규모”라고 설명했다.
심우주안테나의 우수한 성능에 해외로부터 협업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스페이스X는 국제 달 탐사프로젝트 ‘아르테미스’를 위해 심우주안테나의 자원을 일부 할당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항우연 측은 내년 12월 다누리가 활동을 종료하면 심우주안테나 운용시간을 해외 우주기관들과 협의해 정할 예정이다.
여주=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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