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14일 “이승엽을 제11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 3년에 계약액은 총 18억원(계약금 3억원·연봉 5억원)이다. 초대 감독으로는 역대 최고 대우다.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를 제외하고 프로, 아마 코치 경험 없이 곧바로 프로 사령탑이 된 사례는 이 감독이 처음이다.
이 감독은 한국 야구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리그에서만 467개 홈런을 쳤고, 일본프로야구 시절을 포함해 한·일 통산 626개 홈런의 금자탑을 쌓으며 ‘국민타자’라는 애칭을 얻었다. 통산 홈런 1위, 단일 시즌 최다 홈런(2003년 56개) 기록도 아직까지 그의 차지다. 현역 시절 KBO리그 성적은 1906경기, 타율 0.302(7132타수 2156안타), 467홈런, 1498타점이다. KBO 최우수선수(MVP)와 홈런왕을 각각 다섯 차례, 골든글러브를 열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2006 세계야구클래식(WBC), 2008 베이징올림픽 등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점수를 뽑아내도록 하는 클러치 능력을 뽐내 팬들로부터 “이승엽의 야구에는 서사가 있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 감독은 2017시즌 때 리그 첫 은퇴투어를 했다. 이후 KBO 홍보대사, 야구장학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현역 내내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었고 간판스타로 활약했다. 이 때문에 ‘삼성 라이온즈가 낳은 스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두산은 김태형 전 감독(55)에게 8년(2015~2022년)간 지휘봉을 맡겼다. 김 전 감독은 사령탑 선임 당시 ‘거물급’은 아니었지만, 7년 연속 한국시리즈(2015~2021년)에 진출하고 세 차례 우승(2015, 2016, 2019년)을 차지하면서 ‘명장’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두산은 김 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고 ‘국민타자’를 선택했다. 두산은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올해는 9위로 처졌다. 반등이 시급한 상황에서 이승엽이라는 초대형 스타 카드를 던진 셈이다.
두산은 지난 7월 퓨처스(2군)팀 타자들의 ‘일일 코치’로 이 감독을 초청하면서 인연을 시작했다. 퓨처스팀 타자들과 훈련하는 모습을 본 두산 관계자들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는 야구인”으로 이 감독을 평가했다. 두산은 이번 선임을 발표하며 “이 감독의 이름값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 조화를 통해 두산 베어스의 또 다른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과 일본에서 얻은 경험에 KBO 기술위원과 경기 해설로 보고 배운 점을 더해 선수단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밝혔다. 내년 시즌부터 삼성을 적으로 만나게 된 데 대해서는 “현역 시절 삼성에서 진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두산의 선택을 받게 됐다”며 “이제 나머지 9개 구단은 나에게 똑같은 구단일 것”이라고 했다. 두산 사령탑으로 선임된 이 감독이 처음으로 영입한 코치는 김한수 전 삼성 감독이다. 두산은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이 감독 취임식을 연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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