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우문(愚問)에 우답(愚答)이었다. 미국에서 경제 활동을 하지도 않으면서 거리 분위기만으로 경기를 가늠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뉴요커들도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올라 살기가 더 팍팍해졌을 것이고, 속절없이 떨어지는 주가에 지갑 열기가 두려울 것이다. 하지만 콘퍼런스 연사들로부터 확인할 수 있었던 건 ‘회복탄력성(resilience)’에 대한 믿음이었다. 세상이 끝날 것같이 느껴지는 이 순간에도 혁신은 계속되고 있고 시장은 돌아올 것이라는 신뢰다.
믿음은 세대를 막론했다. 요즘 미국 벤처캐피털(VC) 업계의 ‘록스타’로 불리는 조시 쿠슈너 스라이브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1985년생이다. 그는 2008년 하버드대를 졸업하고 골드만삭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3개월 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세상이 끝난 줄 알았던 그때 누군가 말해줬다고 한다. “그래도 세상은 계속 돌아간다”고. 쿠슈너가 2009년 설립한 스라이브캐피털은 운용자산이 150억달러에 달하는 VC로 성장했다.
쿠슈너는 “사실 기대가 크다”고 했다. “시장 불안이 기업 가치에 영향을 끼칠 수 있지만 혁신을 멈추게 하진 않는다”는 얘기였다. 그는 “이럴 때 오히려 이례적으로 혁신적인 기업이 탄생한다”며 “금융 시장 불안은 그런 혁신 기업에 매력적인 가격으로 투자할 기회”라고 말했다.
하워드 막스 오크트리캐피털 회장은 1946년생이다. 그는 1970년대 암울했던 분위기를 들려줬다. 막스 회장이 당시 메인주의 한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이자는 연 22.25%였다. S&P500지수는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그는 당시까지 아무도 손대지 않던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했고 큰돈을 벌었다. 군중심리에서 벗어나 남들과 다르게 사고했기 때문이다. 막스 회장은 “지난해까지 자산 가격에 끼어 있던 과도함이 사라진 상태”라며 “지금 (군중처럼) 시장을 떠나는 건 실수”라고 했다.
독립 리서치 회사인 펀드스트랫의 톰 리 창업자는 “역사적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을 때마다 주식 시장은 바닥을 치고 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현재 미국 중앙은행(Fed)이 벌이고 있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곧 끝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S&P500지수가 내년부터 빠르게 올라 곧 사상 최고치를 다시 경신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러면서 그는 “밀레니얼 세대가 주류로 부상하면서 앞으로 10여 년간 밀레니얼과 관련한 많은 투자 기회가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톰 리 창업자는 원래 주식 강세론자다. 하지만 윤제성 뉴욕생명투자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르다. 그는 “지금은 아직 주식을 살 때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런 윤 CIO 역시 시간문제일 뿐 주식은 다시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미국에서 혁신이 일어날 것이고 (아직은 이르지만) 결국 기술주를 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가장 나이 어린 연사는 니콜 뮤니즈 유가랩스 CEO와 채대권 본드캐피털 제너럴파트너였다. 유가랩스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대체불가능토큰(NFT) 프로젝트인 ‘지루한원숭이요트클럽(BACY)’을 운영하는 회사다. 본드캐피털은 유가랩스에 크게 투자한 실리콘밸리 VC다. 이들은 웹3.0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디지털 화폐와 NFT의 버블은 사라졌다”며 “그럼에도 디지털 세계에서 소유권의 개념을 불어넣은 블록체인과 NFT의 혁신은 계속될 것이며 세상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사람에게 힘든 시기다. 자산 가격은 여전히 급락하고 있고 미래는 불안하기만 하다.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이런 얘기들이 남의 일이라고 느껴질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할 건 ‘어쨌든 쇼는 계속된다’는 명제다. 대공황도, 오일 쇼크도, 글로벌 금융위기도, 코로나바이러스도 쇼를 끝내지 못했다. 지금 힘들다고 주저앉으면 안 되는 이유다. 쇼는 계속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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