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단가 연동제가 납품업자를 배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짧은 생각이다. 계약 이후에도 납품단가를 시세에 따라 올려줘야 한다면 구매업자는 납품단가 상승을 감안해 구매량을 줄이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장기계약보다는 단기계약으로 전환한다. 납품 물량은 줄고 계약 관련 비용은 증가하기 때문에 납품업자도 손해를 본다. 범용 제품이 아닌 특수 제품의 경우 구매업자는 납품단가가 치솟을 것을 걱정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해외에서 협력 업체를 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도급법 제11조의 감액금지 조항은 물가나 자재 가격 등이 떨어진 것을 이유로 대금을 감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납품단가를 인하하지 못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가 상승만을 초래한다. 인플레이션은 더 악화하고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는 신중해야 한다. 가격 수준을 보장해주는 규제 환경에서는 기업의 비용 절감 노력이 감소한다. 결국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기업이 도태된다. 중소기업 보호를 목적으로 시행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해외 기업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 납품단가를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조정하기 위해서는 납품단가와 원자재 가격 사이의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 납품업자의 원가 정보, 비용 구조, 재고 현황, 원자재 구매 시점과 구매 단가의 적정성 등이 명확해야 한다.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구매업자와 납품업자의 갈등은 악화한다.
경제 문제를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정치 영역으로 옮겨와 해결하려는 법제화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정부는 자발적 해결 방식을 유도하고 정치권은 경제를 위해 불필요한 논란은 자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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