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납품단가 연동제, 中企 경쟁력 떨어뜨린다

입력 2022-10-14 17:47   수정 2022-10-15 00:05

납품단가 연동제는 계약 이후 원자재 가격 변동분을 납품단가에서 보전해주는 제도다. 이와 비슷한 제도가 원유가격 연동제다. 낙농진흥회가 생산비 증가분을 반영해 원유 가격을 결정하면 우유 업체가 이를 수용하는 제도다. 당연히 원유 가격은 계속 오르고, 우유 업체는 원유를 비싸게 구매해 우유를 생산한다. 소비자는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우유를 구매하고 시장은 정체됐다. 국내 원유 생산량은 2013년보다 줄었으며,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년 전보다 12.9% 감소했다. 원유가격 연동제로 갈등이 심화하고,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는 상황이 됐다. 납품단가 연동제는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가 납품업자를 배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짧은 생각이다. 계약 이후에도 납품단가를 시세에 따라 올려줘야 한다면 구매업자는 납품단가 상승을 감안해 구매량을 줄이고,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장기계약보다는 단기계약으로 전환한다. 납품 물량은 줄고 계약 관련 비용은 증가하기 때문에 납품업자도 손해를 본다. 범용 제품이 아닌 특수 제품의 경우 구매업자는 납품단가가 치솟을 것을 걱정해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해외에서 협력 업체를 구할 가능성이 커진다.

하도급법 제11조의 감액금지 조항은 물가나 자재 가격 등이 떨어진 것을 이유로 대금을 감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라 납품단가를 인하하지 못하는 납품단가 연동제는 원가 상승만을 초래한다. 인플레이션은 더 악화하고 국민소득이 감소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

납품단가 연동제 법제화는 신중해야 한다. 가격 수준을 보장해주는 규제 환경에서는 기업의 비용 절감 노력이 감소한다. 결국 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기업이 도태된다. 중소기업 보호를 목적으로 시행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중소기업들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해외 기업들의 배만 불릴 수 있다. 납품단가를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라 조정하기 위해서는 납품단가와 원자재 가격 사이의 관계를 규명해야 한다. 납품업자의 원가 정보, 비용 구조, 재고 현황, 원자재 구매 시점과 구매 단가의 적정성 등이 명확해야 한다. 납품단가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구매업자와 납품업자의 갈등은 악화한다.

경제 문제를 사적 자치의 영역에서 정치 영역으로 옮겨와 해결하려는 법제화는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든다. 정부는 자발적 해결 방식을 유도하고 정치권은 경제를 위해 불필요한 논란은 자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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