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부총리의 언급은 아주 상식적이고, 건전한 재정관이다. 비록 위기 상황이지만 ‘재정 절제론’을 넘어 일종의 ‘예산 한계론’을 설파했다는 점에서 현실감도 좋다. 재정에 의존하기보다 규제혁신과 기업 고충 타개에 적극 나서면 정부 돈을 적게 쓰고 경기 회복을 꾀할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문제는 실천이다. 정부 내 경제수장으로 이 원리·원칙을 국회에서도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 먼저 여당 동료 의원들이 쪽지예산 끼워넣기로 정부의 긴축 의지를 턱밑에서 흔드는 일부터 막아야 한다. 그래야 야당 앞에서 본인 입장을 관철해낸다. 수적 우위로 입법 독주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안이 최소한의 ‘서민 지출’까지 다 삭감해버린 양 정부를 몰아세우고 있다. 곳곳에 지역구 단위 플래카드로 선동에 가까운 비난전을 펼치고 있다. 이 기세에 맞서려면 예사 각오로는 어렵다. 예산편성권은 어디까지나 정부에 있고, 재정지출에 대한 최종 책임 또한 정부에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추 부총리는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가 ‘홍백기’ ‘홍두사미’라는 민망한 별명을 얻은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도 추경예산 편성 등에서 종종 옳은 말을 했지만 당정 협의를 거치면 결국에는 소신을 접고야 말았기 때문이다. 예산 국회라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 부총리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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