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드러나는 월북몰이 정황, 진실규명 못하면 국가 존재 이유 없다

입력 2022-10-14 17:47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 결과는 한마디로 충격적이다.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차가운 바다에서 38시간째 표류하고 북한군 밧줄에 묶여 있는 동안, 우리 정부는 긴급구조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 이씨가 실종된 다음날인 2020년 9월 22일 오후 5시께 국가안보실장은 대통령 서면보고만 올려놓고는 오후 7시30분 퇴근해버렸다. 국방부는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핑계로, 해양경찰은 보안사항이란 점을 들어 아예 구조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북한군이 인도적 차원에서 이씨를 구조해줄 것을 기다리기만 한 셈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가 있는 사실도 은폐하고 왜곡했다는 감사 결과는 더욱 가관이다. 이씨가 피살된 다음날인 9월 23일,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군사정보체계에 올라온 군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을 삭제하라고 했다.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도 관련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무단삭제를 지시했다. 사건 초기 이씨의 월북 가능성을 신중하게 판단하던 기관들이 갑자기 자진월북으로 몰고 가려고 자료를 삭제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만하다. 국방부는 이씨가 입었던 한자(漢字)가 쓰여진 구명조끼를 ‘한국 구명조끼’라고 거짓 해명하고, 해경은 자연표류 가능성을 보여주는 표류예측 실험 결과를 분석에서 제외하기까지 했다.

이씨 피살과 관련된 의혹의 실체가 일부 드러났음에도 이번 감사의 한계는 뚜렷했다. 사건 발생 직후 대통령 보고와 지시 내용이 전부 15년간 열람할 수 없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부터 유가족과 국정원 등의 고발로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감사원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진실 규명에 속도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까지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이 어떤 보고를 받고 무슨 지시를 내렸는지 밝히는 것은 유가족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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